SKT, 인기 대역 2개 블록 챙겨
KTㆍLGU+, 1블록씩 최저가 낙찰
보조망 확보 차원서 안정적 베팅
“3조원 이상” 예상 빗나가 세수 차질

최종 경매가가 3조원도 넘을 것으로 예상됐던 이동통신용 주파수 할당 경매가 2조1,100억원대로 마무리됐다. 사상 첫 번째 이동통신용 주파수 경매였던 2011년 9일, SK텔레콤과 KT가 끝장 승부를 벌였던 2013년에는 10일이 걸렸던 경매 기간도 이번엔 단 이틀 만에 끝났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일 속개된 주파수 경매에서 최종 낙찰자가 결정돼 경매가 종료됐다고 밝혔다. 5개 주파수 블록에 대한 입찰 결과 SK텔레콤이 인기 대역인 2.6㎓ 대역의 D블록(40㎒ 폭)을 9,500억원에, 같은 대역의 E블록(20㎒ 폭)을 3,277억원에 낙찰받았다. 2.6㎓ 대역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LTE 대역으로, 사용기간도 2026년까지 10년으로 길어 인기가 높았다.
SK텔레콤은 2.6㎓ 광대역인 D블록과, 협대역인 E블록을 동시에 낙찰받아 기지국 설치 비용까지 일부 경감받게 됐다. 정부가 이 대역에서 광대역, 협대역을 동시에 낙찰받으면 협대역 기지국 추가 설치 의무를 4만2,400곳에서 2만1,200곳으로 50% 줄여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KT는 B블록(1.8㎓ 대역 20㎒ 폭)을 4,513억원에 가져갔다. LG유플러스는 기존 주파수에 붙여 광대역 서비스를 할 수 있는 C블록(2.1㎓ 대역 20㎒ 폭)을 챙겼다.
그러나 A블록은 기존 사용하던 주파수 대역이 아니어서 새로운 단말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유로 입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낙찰된 4개 블록 중 경매 시작가보다 가격이 오른 것은 D블록 한 곳뿐이었다.
이번 경매가 싱겁게 끝난 이유는 이전 두 차례 경매와 비교할 때 주파수 확보의 필요성이 적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이통 3사는 LTE 서비스에 필요한 전국망, 지역망 주파수를 확보한 상태다. 이번 경매를 통해 새롭게 확보한 주파수는 데이터 송수신이 몰리는 도심에 추가로 망을 구축하거나 앞으로 도입할 5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개발하는 데 쓰인다. 보조 주파수여서 사활을 걸고 경매에 뛰어들 유인이 적었다는 분석이다.
광대역(AㆍCㆍD블록) 주파수를 업체당 한 개만 가져가도록 제한한 경매 규칙도 과열을 막는데 한몫했다. 만약 SK텔레콤이 2.1㎓ 대역에서 폭이 20㎒ 밖에 안 되는 C블록을 챙겼다면 SK텔레콤은 폭이 40㎒나 되는 A, D블록을 다 버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SK텔레콤으로서는 이 대역은 처음부터 욕심내기 어려웠다. KT도 광대역 망을 꾸릴 수 있는 1.8㎓ 대역에 안정적으로 ‘베팅’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경매에서 세 업체 모두 유리한 대역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승자도 패자도 없는 승부’라고 평가했다. SK텔레콤은 가입자 1인당 LTE 주파수량이 타사 대비 가장 적었지만 일거에 60㎒ 폭을 확보했다. 또 2.6㎓ 대역의 두 블록을 한 회사가 가져갈 경우 일부 대역은 할인해 준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SK텔레콤은 ㎒당 사용료가 106억원(5년 사용 기준), KT는 113억원, LG유플러스는 191억원으로 결정됐다. SK텔레콤이 가장 효율적인 결과를 받아든 셈이다.
KT 역시 광대역 주파수를 새롭게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현재 쓰고 있는 1.8㎓ 대역의 20㎒를 최저 가격에 가져가면서 LTE 속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 LG유플러스도 현재 SK텔레콤이 이용 중인 2.1㎓ 대역 20㎒를 최저 가격 그대로 가져가 이미 갖고 있는 이 대역의 20㎒와 붙여 광대역 LTE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경쟁이 있었던 D블록을 빼고는 이통 3사가 모두 원하는 주파수를 최저가에 가져간 탓에 일각에서는 담합 의혹도 제기했다. 그러나 한 이통사 관계자는 “어차피 보조망을 확보하는 경매여서 시작 전부터 과열 현상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고 반박했다.
최종 경매가가 역대 최대인 3조원을 웃돌 것이라는 당초 예상에 크게 못 미치면서 정부만 아쉬운 표정을 짓게 됐다. 이번 주파수 경매를 통해 정부가 이루려고 했던 최대 목적은 세수 확보로, 미래부는 지난 3월 주파수 경매 계획안 발표 당시 최저 2조5,000억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700㎒ 대역 유찰로 총 경매 대가가 2조1,106억원에 그치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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