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연주 동영상이 공개될 때면 많은 이들이 절망한다. 리스트 ‘마제파’같은 초절기교 연습곡들을 손목을 고정시킨 채 손가락으로만 휙휙 쳐서 넘긴다. ‘뭐 이거쯤이야’ 하는 표정으로. 엄청난 파워와 눈부신 기교를 바탕으로 한 그의 연주는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47)가 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5년 만의 독주회를 갖는다.
웬만한 피아니스트들은 한 곡 연주하는 협주곡을 공연당 3, 4곡씩 선보인다. 2002년 이후 일곱 차례 한국을 방문했던 그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곡(2003), 라흐마니노프의 협주곡 3곡(2006), 베토벤 2번ㆍ리스트 2번ㆍ라흐마니노프 3번 협주곡(2011)을 하루에 연주했다. 2009년 내한공연에서는 라흐마니노프ㆍ쇼팽ㆍ브람스 협주곡을 역시 하루에 전부 연주했는데, 쇼팽 협주곡을 연주할 때 강한 타건으로 피아노줄이 끊어졌다.
덕분에 얻은 별명이 ‘괴력의 러시아인’이다. 송현민 음악평론가는 “커다란 체구에서 오는 기교와 압도적인 힘이 시그니처로 자리매김한 피아니스트”라며 “흔히 다루지 않는 레퍼토리도 엄선해서 다루기도 한다. 지적 호기심과 새로운 레퍼토리 발굴, 건장한 체격과 체력을 다 갖춘 피아니스트”라고 평했다.
베레조프스키는 1988년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에서 ‘괄목할 힘을 지닌, 미래가 보장된 피아니스트’(더 타임스)란 호평과 함께 데뷔했다. 2년 후인 1990년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이 예언을 적중시켰다. 주빈 메타, 미하일 플레트네프 등 거장 지휘자들과의 협연을 통해 명성을 얻은 그는 지난해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피아노 부문 심사위원을 맡았다.
이번 독주회의 주제는 ‘민속음악’. 버르토크 피아노 소나타, 그리그 ‘서정 소곡집’, 스카를라티 피아노 소나타, 스트라빈스키 피아노 소나타를 연주한다. 공연의 처음과 끝에 난곡을, 중간에 편안한 곡을 배치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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