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스포츠 종목 중 유일하게 ‘희생’이라는 단어를 쓴다. 희생 번트, 희생 플라이를 의미 있는 기록으로 인정한다. 선수라면 누구나 홈런이나 안타를 치고 스포트라이트와 높은 연봉을 받는 꿈을 꾸지만 개인 기록보다 팀을 위한 희생에 비중을 두는 선수도 있다.
SK 외야수 조동화(34)는 지난달 30일 넥센전에서 역대 4번째로 200개의 희생번트를 댔다. 2000년 SK 육성선수 신분으로 프로에 뛰어 들어 2005년부터 1군 선수로 자리잡은 첫 해 41개의 희생번트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200개 고지를 밟았다. 앞으로 30개만 추가하면 김민재(전 한화)의 229개를 넘어 이 부문 역대 1위에 올라선다. 현재 기량으로 볼 때 기록을 갈아치우는 것은 시간 문제다.
김용희(61) SK 감독은 “조동화의 희생번트 200개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이런 선수의 희생이 있어 지금의 팀도 있는 것”이라고 칭찬했다. 196개로 역대 5위에 이름을 올려 놓은 박진만(44) SK 수비코치도 “팀을 위한 고참의 희생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리그 최고의 작전수행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은 조동화는 벤치에서 사인이 나오지 않더라도 찬스를 연결하고자 스스로 번트를 대는 경우가 잦다. 지난해부터 지휘봉을 잡은 김용희 감독은 물론 이만수 전임 감독도 “보내기 번트 사인을 거의 안 내는데 (조)동화가 자신의 아웃카운트를 희생하며 번트를 댄다”며 “감독으로서 참 고마운 선수”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조동화는 “두드러진 기록은 아니지만 김민재 코치님의 기록을 깨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조동화와 일문일답.
-역대 4호로 200번째 희생번트를 달성했다.
“잘하는 것이 번트 밖에 없다. 2005년부터 번트를 시작해 몸에 뱄다. 번트 사인이 나오면 항상 자신 있고, 실패하면 안타를 못 치고 죽는 것보다 화가 많이 난다.”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텐데.
“선수마다 각자 해야 할 일이 있다. (SK) 최정이나 박정권이라면 중심 타자로서 해결을 해야 하고 나도 잘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타율이 높은 타자가 아니라 팀이 필요할 때 번트를 대줘야 한다.”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는 기록이라 아쉽지는 않은지.
“감독님이 번트 사인을 거의 안 준다. 상황에 따라 기습적으로 대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안타를 만들면 스릴이 있다. 박해민(삼성)과 정수빈(두산)도 이런 시도로 안타를 잘 만든다.”
-역대 1위 기록도 가능할 것 같다.
“선수로서 1위 기록을 하나 갖고 은퇴한다는 것은 뜻 깊은 일이다. 두드러진 기록은 아니지만 김민재 코치님의 기록을 깨고 싶은 욕심이 있다. 올해는 쉽지 않겠지만 내년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신에게 희생타는 무엇을 의미하나.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다. 번트로 시작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일이다. 200개를 하기까지 30~40개 정도 실패도 있었다.”
-본인 다음으로 번트를 잘 대는 선수를 꼽자면.
“정수빈이다. 타석에서 모습을 보면 여유가 있다. 투 스트라이크에서도 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내가 내야수라면 긴장하고 있을 것 같다.”
김지섭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