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지은/사진=연합뉴스
2011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데뷔 후 5년 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누린 신지은(24ㆍ한화)에 대해 미국 골프전문매체 골프 채널은 "LPGA가 또 하나의 새로운 우승자에게 왕관을 씌웠다"며 "최종 라운드에 임하기 전 대부분이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라고 밝혔다.
그만큼 깜짝 우승이었다. 제니 신이라는 공식 이름으로 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는 신지은은 2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어빙의 라스 콜리나스CC(파71·6,462야드)에서 끝난 발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텍사스 슛아웃(총상금 130만 달러ㆍ약 15억원)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낚는 무결점 활약 속에 최종 합계 14언더파 270타로 정상에 섰다. 양희영(27ㆍPNS) 허미정(27ㆍ하나금융) 제리나 필러(31ㆍ미국)가 포진한 공동 2위 그룹을 2타 차로 따돌린 신지은은 우승 상금 19만5,000달러(약 2억2,200만원)를 거머쥐었다.
선두 필러에 4타 뒤진 공동 4위로 출발해 마지막 날 대역전극을 일궈낸 힘은 퍼팅이다. 신지은은 4라운드 첫 5개홀에서 3개의 버디를 몰아치며 이날만 보기 5개로 실수를 연발한 필러와 격차를 단숨에 줄였다. 이후 신지은은 8개홀 연속 파 세이브로 순항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2라운드 중반 이후 43개홀 연속으로 보기가 없는 무결점 플레이가 빛나며 LPGA 132개 대회 만에 마침내 꿈에 그리던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본인이 얼떨떨할 정도였다. 신지은은 "지금 아무 생각이 없다"며 "엄마와 통화하고 싶어 전화를 걸었다가 왈칵 울음이 나올 것 같아 받기 전에 끊어버렸다. 모든 것이 끝난 뒤 비행기를 타고 집에 가서 엄마를 봐야 제대로 실감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1위인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면서 "양희영이 1타 차로 쫓아오고 있다고 생각해 마지막 홀에서는 정말로 긴장을 많이 했었다. 그 동안 많은 우승 경쟁을 해봤던 게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아홉 살 때 가족이 이민을 가면서 골프를 시작하게 된 신지은은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한국 국적을 그대로 유지한 애국자다. 이번 대회를 통해 만년 우승 후보라는 지긋지긋한 꼬리표를 떼어낼 수 있던 원동력은 체력과 퍼팅이다.
5피트4인치(약 163cm)의 다소 왜소한 체격인 신지은은 체력이 약점 중 하나로 평가됐다. 뒷심부족으로 번번이 발목을 잡혀왔다. 그걸 보완하고자 작년부터 근력을 키우는 훈련에 집중한 결과 근력 향상에 의한 비거리 증가(지난해 대비 8야드ㆍ7.3m)의 효과를 봤다. 아직 드라이브 비거리는 채 250야드(249.61야드 115위)가 안 돼 부족한 편이지만 이걸 특유의 드라이브 정확도(77.16 % 시즌 20위)로 보완한다.
쇼트게임에선 퍼팅이 부쩍 좋아졌다. '비거리+퍼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것이다. 신지은의 평균 퍼팅은 2013년부터 4년간 30.15개→29.55개→29.43개→29.70개로 이어지고 있다. 올 시즌 평균 퍼팅 부문에서 전체 39위 및 버디는 8위(140개)에 올라있을 만큼 발군이다.
신지은의 깜짝 우승에 골프 채널은 "비교적 스트레스가 덜한 승리"라며 완승임을 알렸고 야후 스포츠는 "고교를 캘리포니아에서 졸업한 한국인"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강조했다. 댈러스 모닝뉴스는 "간단하게 말해 필러보다 신지은이 더 잘했다"며 "첫 10개홀 4개의 버디에다 마지막 8개홀은 흔들림 없는 파 행진을 벌였다"고 평했다.
한편 최나연(29ㆍSK텔레콤) 지은희(29ㆍ한화) 김세영(23ㆍ미래에셋)은 7언더파 277타로 공동 7위에 자리했고 4번홀(파3)에서 홀인원을 맛본 이미림(27ㆍNH투자증권)은 공동 10위(6언더파 278타)로 대회를 마쳤다. 이번 대회 후 2주간 휴식을 선언한 전인지(22ㆍ하이트진로)는 5언더파 279타로 공동 13위에 머물렀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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