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대법관, 검사장 등 고위 공직자ㆍ법조인 다수 포함
정부 “신상기재-합격 인과관계 확인 못해” 소극적 자세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지원자들이 입학 전형 당시 자기소개서(자소서)에 부모나 친인척이 전ㆍ현직 고위인사를 사실을 밝히고 합격한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고위인사 중엔 시장, 공단 이사장 등 공무원이나 대법관, 법원장, 검사장, 법무법인 대표 등 법조인이 다수 포함됐다. “로스쿨이 사회지도층 인사의 법조인 등용문이 되고 있다”는 의혹이 한층 커졌지만, 교육부는 입학 취소 없이 대학 기관경고 등 솜방망이 제재로 상황을 서둘러 수습하려는 모양새다.
교육부는 전국 25개 모든 로스쿨의 최근 3년 간(2014~2016학년도) 입학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2일 발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마련한 입학전형 절차의 적정성, 전형절차 준수 여부 등을 집중 점검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합격자 자소서 가운데 부모 및 친인척의 성명, 직장명 등 신상을 기재한 사례는 24건이었다. 이 중 5건은 학생의 부모·친인척이 누군지 분명히 알거나 쉽게 추정할 수 있는 경우였다. 특히 지원 당시 전직 시장이었던 아버지를 둔 합격자는 자소서에 부모 신상 기재를 금지하도록 한 학교의 고지를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4건은 이러한 신상 기재금지 고지가 없는 경우로, 아버지가 법무법인 대표, 공단 이사장, 지방법원장이거나 외삼촌이 변호사협회 부협회장이었다. 교육부는 “로스쿨 입학 전형은 법학적성시험, 학부성적, 영어, 서류, 면접 등 다양한 요소로 이뤄지고 있어, 이들 5건 모두 자기소개서의 신상 기재와 합격의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부모·친인척이 누군지 특정 또는 추정할 수 없었던 19건 중엔 대법관, 검사장, 판사, 시의회 의원, 공무원 등이 포함됐다. 교육부는 이 중 7건은 신상 기재금지 고지가 있었지만 위반한 사례이고, 나머지 12건은 해당 학교가 기재금지 고지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법무법인 3곳에서 법률자문을 받은 결과 적발된 24건 모두 합격취소를 할 수 없는 것으로 결론냈다”고 밝혔다. 기재금지 고지가 없었다면 지원자가 부정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고, 고지를 위반한 경우라도 합격을 취소할 수준의 부정행위는 아니라는 것이다. 교육부는 다만 기재금지 고시 위반이나 미고시 사례가 적발된 대학 17곳에 대해 기관 경고, 로스쿨 원장 경고 또는 주의 등의 조치를 취했다. 제제 대상엔 응시원서에 보호자 근무처와 성명을 기재하도록 한 2개 대학도 포함됐다. 교육부는 또 모든 로스쿨에 자소서에 부모·친인척 신상 기재금지 및 위반 시 불합격 처리를 명문화하도록 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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