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부부를 만났다. 오랜 인연의 그들이 연인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것은, 최근 결혼했기 때문일 듯. 남편이 옆에서 일하는 동안 부인과 나는 우리가 같이 알고 지내는 한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사람을 오랫동안 지켜봤던 우리로서는 처음 입에 올린 화제였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화제가 된 사람이 무척 미인이라는 말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옆에 있던 남편도 한 마디 거드는 것으로 봐서 나만 그 사람의 미모를 못 느끼고 있었다. 찬찬히 그 사람을 떠올려 봤지만, 역시 내 미의 기준에는 맞지 않았다. 그 사람은 짜증이 많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 같을 성향을 가지고 있고, 공격적이고, 무책임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일체 없다. 이런 생각을 발설하려다 말고 나는 얼른 입을 다물었다. 내가 열거한 것들은 인간의 미모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깨달음으로. 부부는 늘씬한 몸매에 큰 키, 서늘한 눈빛, 오똑한 콧날, 선명한 입술 등을 미인의 기준으로 삼고 있으니 얼마나 사리에 맞게 생각하는 사람들인가. 그들은, 그 정도 미모의 여자와 사는 남자는 웬만한 고통쯤은 감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행이라면 그 사람이 미인이라고 생각한 부부도, 미인이 아니라고 생각한 나도, 서로 적당히 잘 지내고 있다는 점이다. 연심을 품지 않는 한 인간의 미모는 타인에게 큰 위력이 없다는 뜻이니 얼마나 다행인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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