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이세돌
흑 알파고
<장면 9> 앞서 이미 설명했듯이 대국 당시 ‘신의 한 수’라 불렸던 백△가 실은 ‘안 되는 수’였다. 만일 알파고가 정확하게 응수했다면 이번 4국 역시 이세돌의 패배로 끝날 뻔 했다. 지금이라도 흑이 <참고1도> 1로 호구 친 다음 2 때 3으로 따내면 백이 안 된다. 4, 6으로 단수 쳐도 7으로 빠져 나와서 그만이다.(5 … △) 따라서 <참고2도> 1이면 백이 2~6으로 둬서 중앙에서 소득을 올리는 정도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이랬으면 아직도 흑에게 승산이 있었다.
사실 <참고1도>는 크게 어렵지 않은 수순이다. 하지만 대국 당시 알파고는 이 수를 찾아내지 못했다. ‘알파고의 아버지’라 불리는 구글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하사비스는 자신의 SNS에서 “알파고는 대국 당시 백△를 1만 분의 1의 확률로 보고 전혀 고려대상에 넣지 않았다. 그래서 이 수를 접하고 깜짝 놀랐던 것 같다”고 밝혔다.
백△가 놓이기 직전까지 알파고는 자신의 승리 확률을 70% 정도로 보고 있었지만 이때부터 승리 확률이 50% 이하로 뚝 떨어졌고 알파고의 행마가 갑자기 갈팡질팡하기 시작한다.
1, 3까지만 해도 그런대로 선수 활용이라 할 수 있지만 5, 7은 모두 명백한 손해다. 결국 일파고가 <참고1도>를 발견하지 못하고 9로 백돌을 그냥 따냈고 이세돌이 얼른 10으로 젖혀서 이제는 확실히 수가 났다. 이세돌이 마침내 사상 최강의 인공지능 알파고의 약점을 정확히 공략해서 성공을 거뒀다.
박영철 객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