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단골 여행자를 만드는 나라다. 다녀오면 다시 가고 싶다고 했다. 국빈 대접 받았다는 소문도 있었다. “점심 시간이 되면 그냥 공원을 어슬렁거리곤 해. 그러면 누군가 반드시 집에 초대하거든.” 무엇이 진짜 이란에 끌리게 하는가. 탕탕의 ‘이란의 일상’ 비밀 사진첩을 공개한다.

나와 너의 가장 큰 간극은 남자와 여자 사이
본인의 정체성을 따지기 전에 성별로 이분화하는 이란. 국교인 이슬람교에 얼마나 독실하냐에 따라 집 안에서조차 남편만이 들어갈 수 있는 부인의 공간이 따로 있다. 버스나 지하철 등에서도 마찬가지. 단, 남성이 불리(?)하다. 여성은 남녀혼성 칸에 앉을 수 있으나 남성은 여성 전용 칸에 갈 수 없다. 공항의 남녀 출입문도 따로 있으며, 수영장조차 남녀 이용 시간대가 다르다. 심지어 결혼식의 댄스 홀에서도 여성끼리, 남성끼리 춤추는 진풍경을 목격한다. 신체 접촉은 물론 금지다. 포옹이 일상인 프랑스인 탕탕이 맞장구를 친답시고 여성의 어깨를 가볍게 터치한 적이 있다. 그 결과는? 동네 사람을 모두 모으는 여자의 비명을 듣고야 말았다.



여자라면 고수해야 할 히잡 패션
무슬림 여성의 몸을 감싸는 패션의 통칭은 히잡(Hijab). 스카프 형태의 루싸리, 복면처럼 뒤집어 쓰는 마그나에, 그리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두르는 차도르 등으로 나뉜다. 1979년 호메이니 정권부터 의무화되었는데, 여성은 본인의 몸을 보호해야 한다는 코란에 의거해 정당화되었다. 이에 따라 여성이라면 9세가 되는 날부터 히잡 패션에 ‘올인’한다. 만일 이란 여성이 해변으로 간다면? 이란 땅에서는 당연히 히잡을 쓰고 물장구쳐야 한다. 2년 전, 미국에 거주하는 이란 저널리스트 마시 알리네자드가 페이스북을 통해 여성 인권 탄압에 반대하는 ‘My Stealthy Freedom’ 캠페인을 시작해 민감한 사안으로 발전했다. 장막이 거둬진 이란 여성의 용기를 구경해보라.




술 대신 ‘차이’를 마셔요, 그러나
공식적으로 이란은 술이 금지다. 0.0001%의 알코올 성분도 허용하지 않기에 음료수처럼 마시는 맥주도 안 된다. 40도로 치솟는 여름에도 마찬가지. 오히려 홍차의 일종인 뜨거운 ‘차이’를 마시는 이들이 존경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하나 가정집에 초대받거나 친구를 사귀면 알게 될 것이다. 흔히 보는 상점의 비밀 창고에서 술을 구할 수도, 인적 드문 공원에서 음주가무를 동반한 바비큐 파티도 즐길 수도 있음을. 그저 술을 혀끝에 댄 것만으로도 아찔한 일탈! 비공식과 불법은 세상 어디에나 존재한다. 친구의 안전을 위해 사진을 공개할 수 없음을 헤아려 주시길…
* 술을 먼저 찾는 것은 자살 행위. 당신의 친구가 나지막이 알려줄 때까지 기다린다
도시이기를 자처한 바자르에서 길을 잃다
맥도날드, 버거킹은 어디로 갔나. 여느 나라의 수도에서만큼은 허용된 세계적 체인점도 열외인 테헤란의 큰 손은? 바로 20만여 개의 상점과 그 10배에 달하는 유동인구로 넘쳐나는 곳, 테헤란 바자르(Tehran Bazaar)다. 혼돈의 테헤란 풍경에 푹 빠지고 싶다면 이곳으로 가야 한다. 미로 형태의 좁은 길은 모스크부터 음식, 자동차 상점, 카페, 은행 등으로 연결된 하나의 도시라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 난공불락의 한 가운데에서 걷는지 밀리는지 대략 판단 불가다.



차라리 친절이라 이름 붙여야 할 사람들
“You’re my guest!”. 이란에선 여행자가 현지인으로부터 이런 아름다운 문장을 자주 듣는다. ‘미션 임파서블’이 이란에선 ‘파서블’하다. 한 버스 기사가 여행자를 위해 개인 택시처럼 숙소 앞까지 이동해 주인과 가격 협상을 하는 광경이나, 30분이든 1시간이든 길을 찾아주기 위해 기꺼이 안내자가 되는 상황이나 믿기 어렵기는 매한가지. ‘말도 안 되는’ 친절 후에 그들이 돈을 요구하지 않을까 생각한 자신이 천박하게 느껴진다. 손님은 ‘신에게 사랑 받는 자’라 했던가. 도무지 겪어보지 않고는 납득할 수 없는 이란인의 친절. 결국 떠날 수밖에 없지만, 다시 찾을 수밖에 없는 이란의 무한 동력이다.


강미승 여행 칼럼니스트 frideameetssomeo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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