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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해수 유입 가능성” 경고에도… 경주 방폐장, 일반 지하수用 펌프 재질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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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해수 유입 가능성” 경고에도… 경주 방폐장, 일반 지하수用 펌프 재질 사용

입력
2016.05.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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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걸쳐 누수… 8억 추가 비용

지하수 속 이물질로 펌프 마모

염소 성분 예상치의 38배 육박

뒤늦게 스테인리스로 갈아끼워

배관 안쪽에 철, 칼슘 누적 심각

처리장치 3개 설치 후 경과 주시

경주 중ㆍ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배수 시스템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배수펌프가 너무 빨리 손상됐다는 점과 배수배관 내부 이물질이 예상보다 많이 쌓인다는 점이다. 이를 방치할 경우 펌프와 배관을 오가는 지하수가 처분시설의 안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게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들의 우려다.

방폐물을 넣는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인 사일로를 비롯한 처분시설의 대부분은 땅 속에 건설된다. 이 경우 지하수가 시설을 부식시키거나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 이에 따라 시설 하단부 곳곳에는 집수조가 설치돼 있다. 이곳에 지하수가 모이면 배수펌프를 가동해 끌어올린 다음 배수배관을 통해 밖으로 빼내 바다에 방류한다. 배수펌프는 총 8개가 있다. 이들 펌프(평소 6개 가동)와 배관을 이용해 공단이 퍼내는 지하수의 양은 현재 하루 1,700톤여에 달한다.

배수펌프 설치가 완료된 건 2014년 4월이다. 경주 방폐장 운영사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2개월 뒤 시운전 과정 중 펌프에서 물이 샌다는 사실을 알았다. 조사 결과 방폐장 건설 중 발생한 모래나 콘크리트 가루 등이 펌프 안으로 들어가 충돌하면서 일부분이 마모됐기 때문이었다. 이에 공단은 3,000만원을 들여 마모된 부품을 정비했다.

그런데 6개월 뒤인 지난해 2월 다시 누수가 발견됐다. 지하수에 들어 있는 미세한 이물질과 염소 성분이 펌프를 마모시키거나 부식시킨다는 게 공단의 결론이었다. 이에 공단은 탄소강 재질인 7개 펌프를 부식에 더 강한 스테인리스 재질의 새 제품으로 지난해 9월 갈아 끼웠다. 당초 40년 동안 쓰도록 설치한 펌프를 결국 1년 5개월여 만에 교체한 것이다. 교체 비용은 총 8억여원이 들었다.

염소성분에 대해서는 방폐장 건설 전부터 안전성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다. 방폐장이 해안과 가까운 데다가 처분시설 대부분이 해수면보다 낮은 지하에 위치하고 있어 지하수를 통해 해수의 염소 성분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었다. 일반 지하수보다 해수에는 염소 성분이 더 많다. 공단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방폐장 배수 시스템을 통해 배출되는 지하수 내 염소 농도는 리터 당 753㎎이다. 당초 설계과정에서 예상한 농도(20㎎ 안팎)의 38배에 가까운 수치다.

방폐장 설계를 맡았던 한전기술 관계자는 지난달 열린 54회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참석, “설계 당시엔 일반 지하수를 기준으로 펌프 재질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단이 해수 유입 가능성을 반영하지 않은 채 설계를 의뢰했다는 얘기다. 나성호(원자력안전기술원 안전학교 대우교수) 원안위 위원은 “공학적으로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해수 유입 조건을 배제했다는 건 전적으로 공단의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공단은 지난해 2월과 7월 지하수 배수 배관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배관 안쪽 벽면에 이물질이 달라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물질이 두껍게 쌓이면 관이 좁아져 지하수가 흐르는 속도와 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물질 성분에 따라 배관이 부식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배관 벽면 이물질의 주성분은 철과 칼슘인 것으로 분석됐다. 암반에 들어 있던 이들 성분이 녹아 지하수로 흘러 들어간 다음 화학반응을 통해 고체화해 배관 내벽에 쌓인 것이다.

이에 공단은 산업현장에서 이와 유사한 이물질을 제거하는데 쓰이는 전자기 수처리 장치를 일부 배관에 설치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총 7,000만원을 들여 장치 3개를 설치했고, 1년 정도 시험해본 뒤 효과가 있으면 다른 배관으로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공단 관계자는 “지난해 2월부터 배관 내 이물질 두께를 측정한 결과 최근 3㎜에서 증가세가 멈췄다”고 설명했다.

원안위 위원들은 그러나 해수 유입 등으로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고, 이 경우 몇 군데 수처리 장치 설치만으로 수백m나 되는 배관 전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용환 원안위 위원장은 공단에게 “이물질 발생 추이와 제거 장치 효과에 대한 보고서를 10월까지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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