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위 위원들 “안전 고려 안 한 안이한 대처”…원자력환경공단 “관리 부실 인정”

경주 중ㆍ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방폐장)에서 당초 40년 동안 쓰려던 일부 설비를 설치 1년여 만에 교체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또 다른 설비도 문제가 발견돼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가 추가로 설치된 사실이 확인됐다. 경주 방폐장 운영사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이를 쉬쉬하며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보고도 하지 않은 채 자체적으로 조치를 취해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원자력 산업계에 따르면 경주 방폐장에 설치된 총 8개의 배수 펌프 중 7개가 설치 완료된 지 1년 5개월 만인 지난해 9월 새로운 제품으로 교체됐다. 지하수의 염소 성분이 펌프 일부분을 부식시켜 누수 현상 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염소 성분은 방폐장 설계 당시 예상치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배수 펌프와 연결된 배수배관 일부의 안쪽 벽에 이물질이 과도하게 끼는 문제도 생겼다. 이에 공단은 지난해 12월 배관에 이물질 제거장치를 긴급 설치했다.

이 같은 조치는 방폐장을 감독하는 규제 기관의 동의나 허가 없이 진행됐다. 펌프 교체와 배관 보수 관련 의혹은 지난해 12월 열린 제48회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전체회의에서 일부 위원들이 관련 사실 확인을 요청하며 불거졌다. 이에 올 2월과 4월 각각 열린 51회, 54회 원안위 회의에 공단 관계자들이 참석, 위원들에게 펌프와 배관 관련 상황을 뒤늦게 보고했다.

펌프와 배관은 지하 방폐물 처분시설 주변을 지나는 지하수를 모아 빼내는 설비다. 이러한 설비에 이상이 생기면 지하수가 방폐물 시설 안으로 침투할 수 있다. 또 지하수에 들어 있는 각종 성분이 침전되거나 부식을 일으키는 식으로 처분시설 안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공단은 “펌프와 배관은 안전 설비에 해당하지 않아 보고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원안위 위원들은 “방폐장 안전에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문제에 대해 공단이 얼마나 안이하게 대처하는 지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원안위 위원들은 또 “지하수 유입 우려와 논란이 건설전부터 제기됐던 데다 방폐장 운영이 처음인 만큼 작은 변화라도 안전성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8일 열린 54회 원안위 회의에 참석한 이종인 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은 “운영 과정 중 일부 관리가 부실했음을 인정한다”며 뒤늦게 문제를 시인했다. 경주 방폐장은 원자력발전소나 연구기관, 병원, 산업체 등에서 사용된 작업복, 장갑, 부품 등 방사능 함유량이 작은 폐기물인 중ㆍ저준위 방폐물을 지하에 묻어 영구 처분하는 시설로, 지난해 8월 준공됐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중ㆍ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이 담긴 드럼(1드럼=약 200리터)을 경주 방폐장 내 지상건물인 인수저장시설로 운반해 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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