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21년 아일랜드 독립 당시 노선 차이로 앙숙관계를 이어왔던 아일랜드 양대 정당이 100년 만에 처음으로 손을 맞잡았다. 통일아일랜드당과 공화당이 연정에는 실패했지만 조건부 협력관계에 합의함으로써 아일랜드 정정이 안정화될지 주목된다.
AFP통신에 따르면 엔다 케니 총리가 이끄는 통일아일랜드당은 29일(현지시간) 야당인 공화당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통일아일랜드당이 이끄는 소수 정부를 출범시키기 위한 정치적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통일아일랜드당은 올 2월 총선에서 158석인 하원의석 중 50석을 확보하는 데 그쳐 연정 가능성이 거론돼 왔지만 44석의 공화당과 조건부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선에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 이후 신임 총리 선출안이 세 번씩이나 부결되면서 정부 출범이 지연되는 등 정국혼란이 거듭돼 왔던 점을 감안하면 통일아일랜드당과 공화당의 협력으로 안정적인 과반 정부 운영은 일단 가능해졌다. 우선 공화당이 정부 출범을 위해 케니 총리를 연임시키는 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는데 협조하면 통일아일랜드당은 공화당이 요구하는 정책 법안들에 동의해주기로 했다. 양당은 법인세 12.5% 유지, 재정적자 감축에 대한 유렵연합(EU) 규정 준수 등에 일치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공화당은 통일아일랜드당과 달리 소득세 인상을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더구나 양당의 협력은 100년만의 화해라는 점에서 더욱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공화당은 1921년 집권여당이었던 통일아일랜드당이 영국과 맺은 평화협정에 반발해 만들어진 정당이다. 영국은 당시 협정에서 아일랜드섬 32개 중 6개를 영국령 북아일랜드로 편입시켜 반발을 샀다. 이후 양당은 이념적으로 중도우파를 견지해 각종 정책에서 유사한 입장을 보였지만 아일랜드 독립에 대한 노선 차로 지난 100년 간 단 한 차례도 연정을 구성하지 않았다.
다만 양당의 조건부 협력관계는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깨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통일아일랜드당이 그 동안 무료로 제공했던 수돗물에 2014년 처음으로 세금을 부과하자 공화당은 여전히 폐지를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화당 협상대표인 마이클 맥그래스는 이날 합의 타결 이후 “절대적인 의미의 다수결 시대는 지나갔다”며 "아일랜드 정치는 모든 사람들의 관점이 받아들여지는 새로운 시대로 진입했다”고 강조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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