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언론ㆍ사상통제를 강화해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식인들의 비판을 허용하라는 지침을 시달했다. 중국 현대사의 암흑기로 평가되는 문화대혁명(문혁ㆍ1966∼1976) 50주년(5월16일)을 앞둔 시점이어서 향후 중국 당국의 실질적인 태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1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최근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시를 시찰하던 중 ‘지식분자(지식인) 대표 좌담회’를 갖고 “공산당과 정부는 지식인을 전적으로 신뢰해야 한다”며 “당과 정부의 관리들은 지식인들 사이에서 제기되는 반대 목소리를 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어 “인간은 신선이 아니어서 그들(지식인)이 제시하는 의견과 비판이 100% 정확할 수는 없다”며 “설령 그들의 의견에 편견이 있고 정확하지 않더라도 꼬투리를 잡고 몽둥이질을 하고 딱지를 붙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그들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그들의 비판을 환영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기존의 고압적인 정책과 대조되는 연이은 온건 발언의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주 인터넷 안보 및 정보화 좌담회 당시 시 주석이 “선의의 비판을 포용해야 한다”고 촉구한 사실을 적시했다.
이번 발언이 문혁 50주년을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마오쩌뚱(毛澤東)의 극좌노선과의 차별화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시 주석이 언급한 ‘몽둥이질’이나 ‘딱지 붙이기’ 등은 문혁 시기에 자행된 무차별적인 지식인 탄압을 비판할 때 사용되는 표현이다. 문혁 시절 부친의 억울한 옥살이, 본인의 7년간의 하방생활 등의 경험이 작용했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시 주석의 이번 발언을 언론ㆍ사상통제 완화의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인터넷 관련 좌담회 때만 해도 시 주석은 온건론과 함께 인터넷 공간에 대한 통제ㆍ관리의 필요성을 동시에 강조했다. 중국 언론의 바로미터격인 중국중앙(CC)TVㆍ인민일보ㆍ신화통신 등 관영매체들은 지난 2월 경쟁적으로 충성맹세를 한 상태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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