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탈북자ㆍ중국동포 등 23명 기소
北-中 접경지역서 주로 거래사실 확인
투약 후 예능 프로그램 출연하기도
북한산으로 추정되는 필로폰이 밀반입돼 국내 일부 탈북자들 사이에서 거래된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주된 공급책은 북한-중국 접경지역에 사는 중국동포들이었으며, 우리나라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현지로 가서 필로폰을 구입한 뒤 다시 국내로 들여오는 구조였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이용일)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탈북자와 중국동포 등 13명을 구속기소하고, 1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지명수배자 2명을 포함해 이번에 적발된 25명 가운데 탈북자는 모두 16명에 달한다. 검찰은 이들한테서 필로폰 약 810.7g을 압수했다. 회당 투약량이 0.03g 정도임을 고려하면, 2만7,000여회 투약 가능한 분량이다.
검찰 수사결과 북한산 추정 필로폰은 국내 유입 후 주로 탈북자들 사이에서 거래됐다. 지난해 9월~올해 2월 두만강 접경지역 등에서 필로폰 140g을 사들인 탈북자 최모(53ㆍ구속기소)씨는 이 가운데 120g을 팔았는데, 대부분은 다른 탈북자들이 판매대상이 됐다. 최씨는 거래 당시 탈북자 조모(58ㆍ구속기소)씨에게 “북한 필로폰을 구하러 장백에 왔다. 북한 사람이 필로폰을 갖고 두만강을 건너왔는데 매수자금이 부족하니 경비를 좀 빌려달라”고 부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최씨뿐 아니라 중국 단둥에 연고를 둔 중국동포 백모(54ㆍ구속기소)씨에게서도 필로폰을 사들여 국내에 유통시켰다.
해당 필로폰의 생산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북한산(産)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최씨나 조씨뿐만 아니라 복수의 탈북자들로부터 “함흥ㆍ청진 등 함경 지역에서 생산된 필로폰을 신의주-단둥 기차편을 통해 운반한 뒤 단둥에서 거래하거나 북한 국경지역 브로커를 통해 두만강을 건너 직접 거래하는 경우도 많다”는 진술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북한산 필로폰은 순도가 높은 데다 환각 효과도 좋아 중국산보다 2배 이상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에서는 필로폰이 주민들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고 볼 만한 정황도 확인됐다고 검찰은 전했다. 다수의 탈북자들은 검찰 조사에서 “북한은 약이 부족해 몸이 아플 땐 진통제로 필로폰을 투약한다. 경조사 때 필로폰을 주고받기도 해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최씨는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부인 김모(45ㆍ구속기소)씨와 함께 필로폰을 투약했다고 한다. 여성 탈북자 강모(33ㆍ불구속 기소)씨는 필로폰 투약 후 국내 한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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