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이세돌
흑 알파고
<장면 8> 백△는 이세돌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찾아낸 마지막 승부수다. 앞에서 이미 살펴봤듯이 사실 ‘신의 한 수’라고 부를 만큼 완벽한 묘수는 아니지만 이 ‘인간의 한 수’에 담긴 이세돌의 처절한 투혼은 결국 감정이 없는 기계인 알파고마저 냉정을 잃고 흔들리게 만들었다.
알파고는 기존의 인공지능과는 비교가 안 되는 초고성능 바둑프로그램이다. 1,202개의 CPU(중앙처리장치)를 연결해서 그 동안 수십만 장의 실전대국기보를 학습했고, 한 달에 100만 판씩 자체 대국 연습을 했다. 또 한 수 둘 때마다 수천 개의 참고도를 그려 보고 이중에서 가장 승리 확률이 높은 수를 선택한다. 하지만 이 바둑에서는 백△를 전혀 예측하지 못 했다. 워낙 기발한 발상이어서 알파고가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에 △가 포함돼 있지 않았던 것이다.
미처 학습하지 못한 수를 접하자 알파고의 위기 대처 능력이 갑자기 ‘정상급 프로’에서 ‘아마추어’ 수준으로 추락했다. 우선 1로 한 발 물러선 게 실수여서 2, 4가 놓이자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참고1도> 1로 백돌을 따내면 2부터 10까지 간단히 흑이 안 된다. 이게 싫어서 <참고2도> 1로 두면? 이때는 2로 먹여치는 묘수가 있어서 6까지 백의 꽃놀이패가 된다. 둘 다 흑이 안 되는 그림이다. “인간 이세돌의 흔들기가 인공지능 알파고에게도 제대로 먹혔다.” (송태곤 9단)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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