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파 성직자 무크타다 알사드르의 지도를 받고 있는 이라크 반정부시위대가 수도 바그다드의 정부기관과 외교공관 밀집지대 ‘그린존’에 침입해 6시간 동안 의회를 점거했다. 반정부시위대가 그린존을 실제로 침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0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시위대는 이날 오전 그린존에 침입해 의사당을 점거하고 의회 의원들을 공격하는 등 과격시위를 벌이며 즉각적인 정치개혁을 요구했다. 시위대는 하이데르 알아바디 총리 관저까지 행진하다 6시간 만에 해산했다. 반정부 시위대가 침입한 그린존은 총리공관과 의회는 물론 주요 관공서와 외교공관이 밀집된 곳으로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 이슬람 국가(IS) 등의 테러 공격에 대비하려는 것이지만 반정부시위대에는 ‘불통 정치’의 상징이라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이날 시위는 의회가 알아바디 총리의 개각안 통과를 실패하면서 실망한 군중이 일으켰다. 알아바디 총리는 반정부진영의 정치개혁 요구를 일부 받아들여 장관들을 비정파적 인물로 교체하는 개혁안을 제출했으나 의회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었다. 의사당을 점거한 시위 참가자들은 의석에 앉아 기념촬영을 했다고 영국 방송 BBC가 보도했다.
시위는 전반적으로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일부 충돌이 있었다. AP통신에 따르면 현장의 상황을 보여주는 영상에서는 한 의원이 시위대로부터 도망치다 붙잡혀 뺨을 맞는 장면이나 의원이 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을 시위대가 공격하는 장면 등이 나왔다. 경찰도 최루탄을 발사하며 시위대를 해산시키려 했다.
시위의 여파로 이라크 경찰은 수도경비를 강화했지만 이라크 테러대응부대는 움직이지 않았다. 사바 알누만 테러대응부대 대변인은 “이 상황을 테러리즘이 아니라 시위로 본다”고 밝혔다. 알아바디 총리는 사태가 진정되자 성명을 통해 “바그다드는 완전한 통제에 들어갔다”며 “시위대는 지정된 집회장소로 돌아가라”고 촉구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na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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