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ㆍ이란 우호 고려 수위 조절
공식 행사에서 악수 등 금기

박근혜 대통령이 내달 1일부터 국빈 방문하는 이란은 외교적으론 베일에 싸인 나라다. 핵개발 의혹에 대한 혹독한 제재를 받아 2006년부터 올 1월까지 10년 간 국제사회와 단절돼 있었다. 1962년 우리 정부가 이란과 수교한 이후 정상회담ㆍ상대국 방문 등 정상 외교가 이루어지는 것도 이번이 54년 만에 처음이다.
때문에 청와대는 ‘미지의 상대국’을 배려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관계자들이 29일 전했다. 우선 박 대통령은 외교ㆍ경제 행사장에서 ‘경제 제재’라는 표현을 일절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이란의 아픈 과거인 데다, 제재라는 개념 자체가 이란의 핵 개발 포기를 압박한 서방 세계 중심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에 박 대통령은 양국 경제 협력 강화를 강조하기 위해 ‘제재 해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경우엔 ‘핵 협상 타결’ 등의 말로 대체할 것이라고 한다.
박 대통령은 이란에서 북핵 외교를 이어간다. 박 대통령은 “이란처럼 북한도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로 나오라”고 촉구하고, 이란의 대북 압박 협조를 구할 전망이다. 다만 이란의 원로 지도자들이 북한을 호의적으로 보는 분위기가 있는 만큼, 수위 조절에 신경을 쓰고 있다. 북한은 1980년대 이란ㆍ이라크 전쟁 때 이란을 지원하는 등 이란의 우방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란식 히잡(이슬람 국가에서 여성의 머리와 목을 가리는 스카프)인 루싸리를 두르고 이란 지도자들을 만나게 된다. 외국 여성 지도자의 히잡 착용을 면제해 주는 다른 중동 국가들과 달리 이란은 복식 규정이 엄격하다. 박 대통령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등과 만나 인사할 때 악수를 할 수 없다. 공식 행사에서 여성과 남성이 악수하는 것이 철저한 금기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 목적이 경제 성과에만 집중되는 것으로 비치는 것도 정부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정부 관계자는 “문화와 학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토대를 닦아야 하는데, 자칫 ‘오일 머니’만 노린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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