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와 법조계 관계자들의 예상이 적중했다. 지난달 교육부가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불공정입학 의혹 조사 결과를 이달 말까지 발표하겠다고 공언하자, 대학교수와 사법시험 준비생 등 이해당사자들은 대부분 ‘공허한 소리일 것’이라고 코웃음을 쳤다. 올해 1월 전수 조사를 끝내 놓고도 일언반구 없었던 교육부가 여론에 등 떠밀리는 모양새로 이달 말에 갑자기 조사결과를 내놓을 리 없다는 추측이었다. 실제로 29일 교육부는 “불공정 입학 당사자들에 대한 법적 조치까지 따져 봐야 해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면서 날짜도 특정하지 않은 채 발표일을 연기했다.
교육부가 조사결과 발표를 미룰 것이라는 예상에는 근거가 있다. 애초 교육부가 전수조사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로스쿨에도 이른바 ‘개천용’의 비율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 줘 사법시험 존치 주장을 반박할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는데, 조사과정에서 오히려 법조인, 대학교수 등 사회지도층 자녀들의 입학비율이 높다는 소문이 흘러 나왔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한 언론에서‘고위법관 출신 자녀가 자기소개서에 아버지의 직업을 기재했다’는 등 현대판 음서제를 연상케 하는 사례를 보도하기도 했다. 한 현직 변호사는 “조사 취지와 사뭇 다른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교육부가 이를 쉽사리 공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교육부가 설사 조사결과를 발표한다고 해도 대학 이름을 공개하지 않거나, 불공정 입학 의혹을 받는 관련자의 이름ㆍ직업을 특정하지 않는 등 핵심 사항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무성하다. 한 대학 교수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겠다고 공언한 마당에 교육부가 발표를 안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있는 그대로 발표하자니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맞닥뜨린 것 같다”고 풀이했다. 지난달 ‘고위법관의 자녀가 로스쿨에 불공정입학했다’는 보도가 나가자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가 30분도 지나지 않아 “비슷한 사례가 나올 수 있어 분석 중”이라고 말을 바꾼 교육부 관계자들의 석연찮은 행태도 이런 예상을 뒷받침한다.
이런 교육부의 행태는 지난해 국정교과서를 추진하던 당시와 판박이다. 당시 교육부는 투명한 절차와 명확한 집필기준으로 교과서 국정화를 진행하겠다고 했다가 말을 뒤집어 ‘깜깜이 편찬’으로 일관하며 스스로 신뢰를 깎아 내렸다. 언론과 국민의 눈을 피하려고 안간힘을 쓰기보다 현재까지 조사된 내용을 가감 없이 발표해야 그나마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점을 교육부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박주희ㆍ사회부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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