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ㆍ해운 산업 구조조정으로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일감 부족과 누적 적자로 위기에 내몰린 기업을 정상궤도에 올려야 하는 이 때 가장 우려되는 게 대량 실직이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서울로 올라와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선전전을 편 것도 그 때문이다. “부실 경영진은 책임지지 않고 노동자만 퇴출하는 구조조정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게 골자다. 그 동안의 사정으로 보아 이 주장이 무리하다고만 보긴 어렵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지난해 초 직원 1,500여명을 내보냈고, 이후 인위적 인력조정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 3,000명 추가 감원 소문이 돈 데다 임원의 25%를 감축했으니 노조가 민감하게 반응할 만하다.
이런 어수선한 상황에서 임단협까지 진행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6.3% 인상, 직무ㆍ환경 수당 인상, 퇴직자만큼의 신규 채용 등을 제시했다. 조선 시장이 최악인 점을 감안하면 비현실적 요구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이 9분기 연속 적자에서 탈피, 올해 1분기 3,25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수주잔량 또한 세계 2위로 추가 수주 없이도 한동안 일을 할 수 있다. 2004년부터 10년 동안 무려 23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자회사를 포함, 올해 수주물량이 6척에 불과하고 2014, 15년 합쳐 4조8,000억원 가까운 적자를 낸 사실도 외면할 수 없다. 지난해 평균임금이 7,800만원을 넘었으니 결코 적다고도 하기 어렵다.
경영 악화를 두고 경영진과 대주주의 책임을 무겁게 추궁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노조가 조금의 고통도 감수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 또한 문제다. 해고를 막자는 게 구조조정 반대의 주된 이유라면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일자리 나누기 등을 사용자 측에 적극 제안하는 게 낫다. 그 경우 조합원 개개인은 다소 불이익을 받겠지만 전체적 고용은 보장받을 수 있다. 노조는 일감이 떨어지면 협력사 직원이 먼저 어려움을 겪는 점을 고려, 이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경제가 어려운 시절의 대기업 노조라면 그 정도의 사회적 역할은 해야 한다.
현대중공업과 경우는 다르지만 현대자동차 노조가 임단협 협상안에 조합원 승진거부권을 포함시킨 것도 논란을 불렀다. 과장으로 승진하면 노조에서 탈퇴하고 연봉제를 적용 받는데 승진 대신 고용을 보장받을 수 있는 권한을 달라는 것이다. 사측이 이를 인사권 침해로 보고 있어 노사 갈등의 소지가 있다. 인사권 침해를 반박할 수 있는 논리가 충분한지 노조에 묻고 싶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