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ㆍSK 연내 영업 재개 가능
대기업에 할당된 남은 한 장 놓고
현대ㆍ이랜드가 경쟁할 듯
특허기간 등 오락가락 행정 속
영업이익률 작년 처음 꺾여
29일 정부가 서울 시내면세점을 4곳(대기업 3곳, 중소ㆍ중견기업 1곳) 추가 허용하면서 최대 수혜자는 롯데와 SK네트웍스가 됐다. 각각 6월 말과 5월 중순 문을 닫아야 하는 롯데 월드 타워점과 SK워커힐점이 이르면 올해 안에 영업을 재개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신규사업자와 함께 다시 신청을 해야 하지만 오랜 면세점 사업 경험이 있는 롯데와 SK네트웍스는 유리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롯데와 SK네트웍스는 정부 발표 직후 기다렸다는 듯 “관광 산업 경쟁력 강화와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고심 끝에 나온 정책 결정을 환영한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지난해 매출 6,112억원을 올린 월드타워점이 재개장하면 현재 진행 중인 호텔롯데의 상장 작업도 날개를 달 전망이다. SK네트웍스도 최근 종합물류창고와 면세점 운영을 위한 정보기술(IT) 시스템을 두산에 넘겼지만 사업 재개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에 할당된 나머지 한 장을 놓고는 이미 한 차례 고배를 마셨던 현대백화점과 이랜드가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태 현대백화점 사장은 27일 기자간담회에서 “기회는 언제든 있을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사실상 재도전 의사를 확인했다.
면세점 추가 허용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해온 신규 면세점들은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HDC신라면세점, 두산, 한화갤러리아, 신세계, 하나투어 등 신규 면세점 사장단은 지난 22일 관세청을 방문, “면세점 업계의 공멸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항의했지만 결과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다음달 개장을 앞두고 있는 신세계면세점과 두산면세점은 브랜드 유치에 당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월 문을 연 신라아이파크면세점도 이부진 사장이 직접 나섰지만 이른바 3대 명품(에르메스ㆍ샤넬ㆍ루이비통) 유치에는 아직 가시적 성과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별로 매장 수 제한이 있는 명품 브랜드들이 신규 면세점과 입점 협상을 벌이다 면세점 추가 허용 얘기가 나오자 발을 뺐다”며 “결국 신규 면세점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됐다”고 말했다. 정부가 명품 브랜드들의 콧대만 높여줬다는 게 면세점 업계의 지적이다.
오락가락 행정으로 업계를 혼란에 빠뜨린 점 역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10년이던 면세점 특허 기간을 5년으로 줄였다가 다시 10년으로 되살렸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가 멀리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이랬다 저랬다 하는 바람에 한창 잘나가던 면세점 업계만 타격을 입었다”며 “최근 몇 년 간 계속 상승하던 면세점의 연간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처음 꺾였다”고 토로했다.
이 과정에서는 특정 업체 봐주기 아니냐는 논란도 따라붙었다. 신규 사업자 4곳을 통 크게 허용한 것도 이런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는 후문이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시내면세점을 추가로 허용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자마자 곧바로 한 업체가 다시 영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얘기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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