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지 않을 자유
이진송 지음
21세기북스 발행ㆍ312쪽ㆍ1만6,000원
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차고 넘치는 수많은 연애 칼럼들 대신에, ‘자발적 솔로’를정의해주고 변호해줄 제대로 된 ‘지침서’를. 나는 연애상태에서 낙오된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비연애 상태’를 선택한 것이라는 그 자명한 진실에 ‘너의 죄를 사하노라’며 면죄부가 되어줄 그런 책을!
‘행복한 비연애생활자를 위한 본격 싱글학’을 내거는 책 ‘연애하지 않을 자유’는 ‘모태솔로=루저’로 낙인 찍는 세상에 반기를 들고 2013년 ‘계간홀로’를 창간한 저자가 각종 매체에 연재한 칼럼을 엮은 것이다. 스스로를 빈곤한 연애 경험의 소유자라고 밝히며 진정성을 획득한 저자는, ‘비연애생활자’의 인권과 그들의 삶에 대한 존중을 주장한다.
“왜 홀로(저자는 ‘솔로’나 ‘싱글’ 대신 ‘홀로’라는 고유어를 사용한다)는 언제나 기를 쓰고 탈출해야 하는 것, 무능함의 상징으로 여겨질까? 연애하지 않는 상태를 긍정하면 ‘정신승리’ ‘울지 말고 말해보세요’하면서 놀리는 이유는? 연애하라고 몰아대는 이 ‘보이지 않는 손’은 어디서 뻗어 나왔으며, 연애 안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왜 은폐될까?”
책은 연애를 강요하고 비연애를 마치 비정상인 것처럼 몰아가는 사회의 편견에 일침을 가한다. 뿐만 아니라 ‘눈이 높아서’ 혹은 ‘술을 못 마셔서’ 혹은 ‘외국 가면 다 연애한다던데?’ 같은 연못녀/연못남들에 대한 숱한 편견과 ‘철벽녀’같은 호칭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한다. 이 책을 단순히 ‘연애 못하는 열폭녀의 자기 변명’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지성과 유머의 결합, 날카로운 비판의식, 인문학적 분석에 B급 유머코드까지 겸비한 저자의 솜씨는 ‘연애 못하는 건 절대 비참한 게 아니야’라는 걸 훌륭하게 증명해낸다.
한소범 인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