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지하철 역사 안. 역사에 설치된 ‘지하철 모금함’을 열어 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직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모금함 안에 쌓여 있는 동전, 지폐, 1회용 지하철카드 사이로 두툼한 흰색 봉투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봉투 안에는 수표와 5만원권 등 총 1,000만원이 들어 있었다. 이름이나 사연 등 기부자를 추정할 만한 메시지는 없었다. 하루 뒤인 28일에도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도심의 한 지하철역에 비치된 모금함에서 익명의 고액 기부금이 나왔다. 현금 300만원이 종이 달력으로 단단히 싸여진 채로 발견됐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시민들의 온정을 나눠주자는 의미에서 마련한 ‘지하철 모금함’에 최근 고액 기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하철 모금함은 모금회와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 서울시가 공동으로 2003년 시작한 상시 기부운동이다. 현재 서울의 지하철 역사 211곳에 215개의 지하철 모금함이 설치돼 있다. 모금회는 매년 4월과 10월 모금함을 수거해 성금을 어려운 이웃들의 생계비 및 의료비 등으로 지원해왔다. 지난해에는 한 역사 모금함에서 ‘금액이 약소해서 미안하다’는 편지와 함께 5,000원이 담긴 봉투 7장이 발견돼 주위를 따뜻하게 했다.
지하철 모금함 성금은 지난해 3,640만원을 기록했다. 연말ㆍ연초 ‘사랑의 온도탑’행사와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들의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에 비하면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1,000만원 기부는 그만큼 드문 일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29일 “지금까지 지하철 모금함에서 100만원 이상 기부가 없었는데 올해는 벌써 두 명의 고액 기부자가 나왔다”며 “시민들의 따뜻한 성원에 힘입어 기부 문화가 확산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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