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적십자, 집단귀순 종업원 송환 요구 통지문 이메일로 한적에 전달
그간 쉬쉬하다 대내 매체에도 관련 소식 공개, 남측 책임전가 의도

북한이 집단 귀순한 중국 내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송환을 요구하는 내용의 통지문을 ‘이메일’로 전달해왔다. 지난 2월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를 내리자 이에 대한 반격으로 북한이 개성공단을 전격 폐쇄함과 동시에 남북 간의 군 통신과 판문점 연락 통로를 차단한 데 따른 것이다. 남북 간 핫라인이 차단된 상황에서 ‘이메일 통보’라는 전례없는 광경이 연출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측에서 이메일로 통보해온 것은 처음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29일 정례브리핑에서 “리충복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장이 집단 탈북한 중국의 북한 식당 종업원의 송환을 요구하는 통지문을 국제적십자사(ICRC) 서울사무소를 통해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에게 이메일로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통지문의 내용은 전날 북한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내용과 동일한 것으로, 북한은 통지문에서 해외식당 종업원의 집단 귀순을 우리 측의 납치, 유인이라고 왜곡하면서 가족면회와 송환을 요구하고 북측의 요구를 거부하면 엄중한 후과가 있을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통일부는 설명했다.
지난 22일 북한 적십자위원회는 탈북 종업원들의 가족들을 판문점 또는 서울로 보내겠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지만, 우리 정부 당국은 물론 대한적십자사 측도 북한으로부터 어떠한 내용도 전달 받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북한은 이날 리충복 위원장 명의의 통지문을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신문에도 게재하며 관련 사안을 처음 보도했다. 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 류경식당에서 일하던 13명이 지난 7일 한국으로 집단 귀순한 지 20여일 만에 관련 소식을 북한 내부에 공개한 것이다.
그간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동요를 막고자, 관련 내용을 쉬쉬하며 대외매체를 통한 여론전에만 열을 올렸다. 그러나 가족들의 인터뷰까지 내보내야 하는 상황에 이르자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소문이 도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측 정보 당국의 공작으로 인한 납치라는 등의 주장을 펴서 남측에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의도도 깔려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정권 입장에서도 내부적으로 고민이 컸겠지만, 지금 상황에선 남측을 나쁜 대상으로 만들어 내부적으로 적개심을 고취시키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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