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산권’의 푸른 파도와 ‘아데박’의 붉은 불기둥이 격돌한다.
‘염산권’은 수원 삼성의 염기훈(33)과 산토스(31), 권창훈(22)을 합친 말이다. ‘아데박’은 FC서울의 공격 트리오 아드리아노(29), 데얀(35), 박주영(31)을 뜻한다. 수원의 팀 컬러는 푸른색, 서울은 붉은색이다. 두 팀은 30일 오후 3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클래식 8라운드를 치른다. 올 시즌 첫 슈퍼매치(수원과 서울의 라이벌전)다.
염산권vs아데박
올 시즌 클래식은 ‘아데박’ 천하다.
서울은 정규리그 7경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5경기 등 12경기에서 32득점의 막강 화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 중 ‘아데박’이 24골을 합작해 득점의 75%를 책임졌다. 서울이 정규리그에서 6승1패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도 4승1무로 일찌감치 1위를 확정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아데박’이 한꺼번에 뛰지는 않는다. 데얀과 아드리아노가 투 톱으로 선발 출전하고 박주영이 후반에 둘 중 한 명과 교체돼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서울이 리드를 당하는 등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박주영이 조기 투입돼 3명이 동시에 그라운드를 누빌 수도 있다. 2013년 말 중국 리그로 떠났다가 올해 다시 복귀한 데얀은 “2년 만에 다시 슈퍼매치를 뛰게 돼 영광이다.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에 맞서는 수원에는 ‘염산권’이 있다.
‘염산권’의 팀 내 비중도 만만찮다. 수원은 올 시즌 13골 10도움을 기록 중인데 ‘염산권’이 10골 5도움을 올렸다. 수원이 올 시즌 해결사 부재로 고민 중이라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다. 왼발 킥이 날카로운 염기훈과 권창훈은 세트피스도 위력적이다. 염기훈은 “이번 대결이 얼마나 중요한 지 잘 안다. 동료들과 힘을 합쳐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킬러 사냥꾼이 뜬다
맹수도 천적이 있기 마련이다. 적의 공격 3인방을 잡기 위한 킬러 사냥꾼들도 뜬다.
수원은 중앙수비수 곽희주(35)에 기대를 건다. 그는 지금까지 슈퍼매치를 28번이나 뛴 백전노장이다. 매번 데얀을 꽁꽁 묶어 ‘데얀 킬러’로 불렸다. 수비수이면서도 역대 슈퍼매치에서 2골이나 터뜨렸다. 얼마 전 부상을 당했지만 거의 회복했다. 수원 서정원(46) 감독은 “경기 전이지만 다 오픈하겠다. 곽희주의 출전 가능성이 높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서울은 오스마르(28)-김원식(25)-김동우(28)로 이어지는 스리백 라인이 출격한다. 서울은 공격만 강한 게 아니다. 정규리그에서 5골만 내줘 최소 실점 1위다. 챔피언스리그 5경기에서도 3실점 뿐이다. 탄탄한 스리백 라인 덕분이다.
화끈한 난타전 예고
서울은 전북 현대와 시즌 개막전(0-1) 패배 뒤 6연승을 달리며 현재 정규리그 1위다. 반면 수원은 1승5무1패로 6위다.
선수 구성이나 올 시즌 페이스로 보면 서울의 우세가 점쳐진다. 하지만 슈퍼매치와 같은 라이벌전에서는 객관적인 평가가 승패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서 감독은 “공은 둥글다. 잘 나가던 팀이 고꾸라지고 바닥에 있던 팀이 얼마든지 치고 올라갈 수 있다. 더구나 라이벌전은 순위와 큰 상관이 없다”고 의지를 보였다. 서울 최용수(45) 감독은 좀 더 여유가 있었다. 그는 “지금 순위는 큰 의미가 없다”면서도 “우린 큰 목표(우승)로 가기 위해 7연승을 달려야 한다”고 길게 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또 한 번 난타전이 벌어질 지도 관심이다. 최근 슈퍼매치에서는 골이 많이 터져 팬들을 즐겁게 했다. 지난해 4차례 맞붙었는데 한 번만 득점 없이 비겼을 뿐 5-1(수원 승), 3-0ㆍ4-3(서울 승)이라는 스코어가 나왔다. 최 감독은 “팬들을 위해 수준 높고 흥미로운 경기를 펼치겠다”고 화끈한 공격 축구를 예고했다. 이번에는 양 팀 합쳐 몇 골이나 터질 것 같느냐는 질문에 최 감독은 손가락 네 개, 서 감독은 세 개를 들었다.
슈퍼매치가 또 한 번 관중 몰이에 성공할 까. 슈퍼매치는 K리그 흥행 보증수표다. 지금까지 200만 명이 경기장을 찾았고 클래식 최다관중 20경기 중 10경기가 슈퍼매치다. 경기 당일 오전에만 잠깐 비가 올 거라는 예보도 있지만 수원은 내심 만원 관중을 기대하고 있다. 서울은 팬들이 편리하게 원정 응원을 갈 수 있도록 일명 ‘승리버스’를 11대 운영한다. 개인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까지 합쳐 2,000명 이상이 원정 응원석을 가득 채울 전망이다
윤태석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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