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옷을 입고 ‘How do I look?’이라고 물으면 남편들은 곧잘 ‘Beautiful.’이라고 답한다. 이런 경우 어떻게 말해주는 것이 더 좋은지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 칭찬을 해주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해진다. 그래서 형식적으로 ‘You look fantastic!’ ‘Oh, you look gorgeous, honey!’ 같은 말을 해줘야 후한이 없다. 재치있는 사람은 ‘You can see it in my eyes.’ ‘The way I always wanted to see you.’ 혹은 ‘Just like my dream girl.’처럼 과장된 칭찬을 해주고 어떤 남편은 ‘You always light my fire.’처럼 엉뚱한 반응으로 순간을 모면한다. 이는 60년대에 히피들이 대마초에 불을 붙여주며 이성에게 ‘제 마음을 설레게 하는군요’ 라고 했던 말로 때문에 질문과는 거리가 있는 말이다. 그렇다고 직설적으로 ‘솔직한 의견을 말해 줄까 아니면 듣기 좋은 말을 해줄까’(You want me to be honest or you want me to be nice?)도 현명한 반응은 아니다. 통통해진 엄마라도 ‘You look like a mom’(보통 엄마처럼 보여요)같은 말은 싫어한다. 질문자가 애인이든 아내이든 혹은 엄마이든 이런 질문을 받은 남자는 ‘Don't tell the truth’라는 권고를 되새긴다. 알고도 속고 형식적인 말임을 알고도 듣게 되는 이런 말은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거짓말로 알려져 있다.
잠깐 대화를 나누다가 헤어질 때 하는 말이 있다. ‘It was nice seeing you.’ 이 말을 들은 사람은 ‘It was nice to see you, too.’라고 되받아 작별 인사를 한다. 관습처럼 사용하는 이 표현은 진심으로 할 수도 있지만 형식적인 경우가 더 많다. 이처럼 사용자의 진정성 여부를 알 수 없는 말은 기업이나 일상 관행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회사나 기관에 전화를 걸면 어디 어디는 몇 번을 누르라는 기계식 안내(automated answering service)가 있는데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 ‘We are sorry for your inconvenience.’ 같은 메시지가 흘러나온다. ‘불편 드려 죄송하다’는 사과를 할 바에야 장시간 대기하지 않도록 처음부터 조치를 취해야 옳은 일이다. 이어서 나오는 말 ‘Your call is important to us.’는 오히려 약 올리거나 화나게 하는 말이다. 컴퓨터 사용 중 오류가 생기면‘Windows is checking for a solution to the problem.’이라는 메시지가 나오는데 8~90%는 solution을 내놓지 못하기 때문에 이 역시 공수표이고 형식적 언어에 불과하다. 개인적으로는 진정성(personal truths)이 중요하지만 사회적으로 어쩔 수 없이 용인되는 거짓말(social lies)이 있고 소위 ‘Honesty is always the best policy.’가 항상 최선은 아닐 수도 있다. 상대의 기분을 고려한 생략과 과장 두둔의 선의의 거짓말(white lies)은 이미 관습처럼 우리의 일상 언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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