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신설된 ‘홈 충돌 방지법’의 첫 적용 사례를 두고 갑론을박이 분분하다.
28일 대구 삼성-LG전에서 나왔는데 삼성이 첫 수혜자가 된 반면 LG는 결정적인 판정 번복으로 역전패를 당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삼성이 4-6으로 뒤진 6회말 무사 1ㆍ3루 공격에서 문제의 장면이 나왔다. 1루 주자 이영욱(31)이 2루로 뛰었고, 송구가 이지영의 몸에 맞고 잠시 방향을 잃는 사이 3루 주자 이지영(30)이 홈으로 파고들었다. 이지영은 LG 포수 정상호(34)를 피해 슬라이딩을 시도하며 손을 뻗었지만 손은 홈플레이트에 미치지 못했고 윤태수(38) 주심은 태그아웃을 선언했다.
이 때 김재걸(43) 삼성 3루 주루코치가 문제를 제기했고, 곧바로 류중일(53) 감독이 나와 심판합의판정을 요청했다. 정상호가 공을 잡기 전부터 왼쪽 다리로 주로(走路)를 막았다는 것.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 시즌부터 공을 손에 잡고 있지 않은 포수가 홈으로 달려드는 상대 주자의 길목을 막을 수 없다는 ‘홈 충돌 방지 규칙’을 신설했다. 야구 규칙 7.13(b)항이다. 만약 포수가 공을 갖고 있는 데 고의로 주로를 막았다면 이 역시 득점으로 인정된다.
비디오 판독 끝에 심판진은 정상호가 공을 잡기 전부터 주자 이지영의 길목을 막았다고 판단했고, 세이프로 판정을 번복했다. 양상문(55) LG 감독이 강하게 항의했지만, 심판진은 삼성의 득점을 인정했다.
홈 충돌 방지법으로 판정이 번복돼 득점한 첫 사례였다. 지난 12일 잠실 LG-롯데전에서 한번 합의판정이 진행됐지만 당시엔 번복되지 않았다.
이날 카메라에는 정상호가 송구를 받기 전에 왼 발로 홈플레이트를 살짝 막고 있는 모습이 잡히긴 했다. 그런데 문제는 육안으로 봐도 명백한 아웃 타이밍이었다는 점이다. (b)항 각주에는 ‘포수가 홈플레이트를 봉쇄했지만 심판의 판단으로 주자가 원래 아웃이 될 상황이었다면 포수가 해당 주자의 주루를 방해 또는 저지했다고 간주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홈 충돌 방지법은 2014년 메이저리그가 먼저 도입했고, 일본과 한국이 올해부터 시행하는데 KBO 심판진은 올 시즌 이 조항을 신설하고 특별 교육까지 거쳤지만 당시에도 어느 정도 논란을 예견했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야구인이 우려했던 것처럼 승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판정이 바뀌지 않았다면 1사 2루가 될 상황이, 득점이 인정되고 무사 2루가 되면서 분위기는 급변해 여기에서 대거 5점을 낸 삼성이 9-7로 승리했다.
처음으로 적용된 이날 판정 번복에 따라 이 규정은 향후에도 논란의 여지를 남길 가능성이 커졌다. 비슷한 상황에서 아웃 판정을 받은 팀들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합의판정을 신청할 것이 뻔하다. 이종열(42)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규정 신설의 과도기라고도 봐야 하지만 홈런-파울, 아웃-세이프처럼 명백한 답이 나오는 판정이 아니기 때문에 판단 기준 자체가 애매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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