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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분석 균형감ㆍ핵심 잘 지적… 소수정파 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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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분석 균형감ㆍ핵심 잘 지적… 소수정파 소홀”

입력
2016.04.29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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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독자권익위원회 위원들이 21일 오전 본사 대회의실에서 지면과 관련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배우한기자bwh3140@hankookilbo.com.
한국일보 독자권익위원회 위원들이 21일 오전 본사 대회의실에서 지면과 관련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배우한기자bwh3140@hankookilbo.com.

한국일보 보도와 독자권익 침해 여부를 점검하고 편집 방향을 조언하는 독자권익위원회 4월 회의가 21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 18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새로 구성된 2기 독자권익위 첫 회의이기도 한 이날 회의에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인 강남준 위원장을 비롯 독자위원인 윤양미 산처럼출판사 대표, 정한울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교수, 허윤 법무법인 예율 대표변호사, 대학원생 진성록(연세대 사회학과) 씨와 간사 이계성 한국일보 논설실장이 참석했다. 해외 출장중인 배수정 CJ오쇼핑 팀장은 이메일로 의견을 보내왔다.

강남준

2기 한국일보 독자권익위 첫 회의를 시작하겠다. 지난 한 달간 한국일보를 읽으며 발견한 문제점, 개선점 등을 지적해주면 한국일보 제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회의는 주요 이슈 별로 진행하려 한다. 먼저 총선보도에 대해 얘기해보자.

허윤

4ㆍ13 총선 이후 한국일보 보도는 양적ㆍ질적 측면에서 경쟁지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었다. 다만 다른 신문과 마찬가지로 그날 그날 처리해야 할 이슈 해설에 묻혀 중장기적 해결과제제시나 어젠다 세팅까지는 나아가지 못한 점이 아쉽다. 새로운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심층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또 19대 국회가 꼭 마무리 해야 할 여러 과제들에 대해 한국일보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예를 들면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19대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하라고 촉구하는 것이다. 또 19대 국회가 출범하면서 “특권 내려놓겠다”며 수당 30%삭감 등을 약속했는데 아직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다. 이런 점들을 지적해 19대 국회에서 관련법이 통과되도록 감시해야 한다.

정한울

개인적으로 한국일보와 공동 여론조사에 참여했다. 그래서 객관적 평가가 어려울 수 있겠으나, 여론조사 전문가가 객원기자로 참여하는 선거보도는 타 언론사에서 찾기 힘든 시도로 보도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었다. 그 결과 8일 ‘여대야소 전망 흔들린다’는 판세 분석을 1면에 실어 여러 신문들 중 가장 판세를 정확하게 보도했다. 아쉬운 점은 한국일보를 포함해 국내 언론이 선거보도에서 전문용어들을 잘못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교차투표’(cross voting)인데, 이는 의원들이 소속당의 결정에 반하는 투표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선거에서 지역구 지지 정당과 비례대표 지지 정당이 달랐던 투표 행위는 교차투표가 아니라, ‘분할투표’(split voting)라고 써야 한다.

진성록

4월 13일 당일 투표 독려기사가 눈에 띄었다. 이념색 없이 객관적이고 담담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보여줬다. 총선 이후 분석도 객관적이었다. 15일자 총선 판세분석 기사는 ‘패자는 분명하지만 승자는 없는’이라고 평가를 내리는 등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핵심을 지적한 것이다. 반면 이번 총선의 의미를 ‘새누리당의 패배’에 초점이 맞추는 것 같아 아쉽다. 14일 1면 제목 ‘여 참패 … 국민은 무서웠다’가 그랬다. 야당이 승리 했을지 모르지만, ‘진보의 후퇴’도 뚜렷했다.

윤양미

전체적으로 큰 흐름을 잡았고 질적, 양적으로 보도가 좋았다. 다만 총선 이후 소수자에 대한 시선과 배려가 아쉬웠다. 비례대표가 54석에서 47석으로 줄면서 여성 장애인 다문화 이민자 청년 등 정치적 소수자들이 대표성을 얻을 기회가 축소됐는데, 후보 구성의 문제 등에 대한 지적이 없었다. 과학계 인사가 많아 이러한 취지를 살리기 사실상 어려웠다. 노동당 녹색당 등 진보정당이 원내 진입을 한 석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진단도 없었다. 여성의원이 비례대표까지 포함해 51명이 당선됐다. 헌정사상 가장 많은 여성의원을 냈는데 이에 대한 의미 부여 등에 소홀했다.

강남준

이번 총선에서는 여론조사 문제점이 많이 지적됐다. 출구조사는 원래 정확도가 매우 높은 것인데도 이것조차 부정확했다. 자동응답(ARS) 여론조사의 경우 응답율이 2, 3%에 불과하다. 조사 결과가 왜곡될 수밖에 없다. 가중치를 둔다고 해도 해결되지 않는다. 전화 프레임에서 모바일과 가구 전화를 함께 조사하는데 이것도 흔들린다. 표본 프레임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카카오톡 같은 SNS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미국은 트위터를 이용한다. 프라이버시 침범 위험을 방지할 장치를 만든다면 정확하게 추세를 읽을 수 있다. SNS 조사 허용을 비롯해 정확한 여론조사의 방향에 대한 기획기사가 있으면 좋겠다.

이계성

언론이 여론의 큰 흐름을 읽지 못하고 총선 결과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 인정하고 반성한다. 선거 이후 결과에 큰 흐름만 신경 쓰다, 진보진영의 후퇴 여성의원 약진 등의 문제를 다루는 데 소홀했다.

강남준

이번엔 세월호 사건 2주기 보도에 대해 얘기해보자.

윤양미

한마디로 압도적이라 할 만큼 감동을 받았다. 4ㆍ16 2주기를 맞아 ‘두 번째 봄’이란 제하에 3일에 거쳐 상·중·하 양면을 터서 할애한 것도 좋았고, 비주얼 활용도 돋보였다.

진성록

특집 중 특히 첫번째 편을 가장 감동적으로 봤다. 2년의 세월이 절절하게 다가왔다. 4월 16일 칼럼 ‘이종필 제5원소’도 총선결과와 세월호 문제를 깊이 있게 대비해 공감이 갔다. 아쉬운 점을 꼽자면, 16일 당일 사설에 세월호 관련 내용이 없었다는 점이다. 당부할 것은 적어도 세월호 발생일 전후에는 ‘골든타임’이란 단어 사용을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마침 해운 조선 등 구조조정 이슈가 발생하며 경제기사에 ‘골든타임’이란 표현이 여러 번 등장했는데 세월호 사건 당시 안타까움이 연상돼 마음이 불편했다.

강남준

16일자, 1면을 모두 세월호로 채웠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또 사진을 흑백으로 처리했으면 어땠을까, 사진 속 등대의 붉은 색이 눈에 거슬렸다.

허윤

세월호 특집의 첫번째 편이 특히 좋았다. 제목도 구구절절 공감했다. 생존자 인터뷰는 기억에 새겨졌다. 특히 사건 이후 희생된 친구들과 함께 즐기던 배드민턴을 더 이상 못친다는 고백은 세월호의 상처를 한마디로 응축한 것으로 느껴졌다. 또 평소 세월호 생존자의 대학 특례입학 등을 놓고 엇갈린 시각이 존재해 당사자는 어떻게 느꼈을까 궁금했는데, 그들의 아픔이 조명돼 있어 울림이 컸다. 무엇보다도 성인이 된 학생들이 지금까지는 피해왔던 과거의 아픔에 대해 정면으로 맞서고 그것을 극복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부각시킨 점이 좋았다. 참사를 겪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응급구조학과나 심리치료학과로 진로를 변경한 학생, 언론을 통해 왜곡된 이야기를 바로잡고 싶다는 학생들을 보며 나 또한 치유되는 것을 느꼈다.

강남준

이제 각자 눈여겨본 다른 문제들에 얘기해 보자. 나부터 지적하자면 1면에 제호 밑에 종종 그래프의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기사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불가피한 면이 있겠지만, 일부는 가로축의 간격을 좁혀 추이를 과장되게 표현하고 있다.

정한울

여론조사 보도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 변화가 오차 범위 내에 있는 경우는 변화가 없다고 해석해야 한다. 그런데도 오차 범위 내 미세한 차이에 대해서도 일일이 이유를 달고 그 의미를 설명하려고 한다. 가령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사임했던 때 정당 지지율의 변화는 오차범위 내였으나, 일부 언론에서는 정치평론가들이 등장해 그 변화가 중대한 의미가 있는 것인 양 해설했다.

허윤

4월4일자부터 한국일보도 ‘파나마 페이퍼스’ 관련 조세회피지역에 돈을 숨긴 것으로 보이는 국내 지도층 인사들 관련 기사가 거의 매일 보도됐다. 하지만 외신을 받아쓰거나 뉴스타파 기사를 인용하는 것에 그친 것이 아쉽다. 조사팀을 구성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일보가 원자료를 확보하고 심층 분석하면 어떨까. 이런 긴 호흡의 심층기사를 발굴한다면 한발 앞서나가는 언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윤양미

생활 기사에서 지도의 중요성이 소홀히 취급되는 것 같아 아쉽다. 4월 15일자 ‘불금에 망원동 어때’의 경우는 지도가 아예 없었다. 같은 날 ‘을지로 골목길 추억의 보물창고’기사에는 지도가 사용됐으나 교과서 지도처럼 밋밋한 지도였다. 요즘은 마치 색연필로 그린 것 같은 정감 있는 지도가 많이 사용된다.

배수정

4월 8일자 ‘공시생 정부청사 잠입 사건’에 대해서 공시생들의 반응을 담은 기사가 실렸는데, 주된 내용은 이번 사건으로 공시생 전체를 범죄자 취급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다. 하지만 제목은 ‘오죽했으면… 침울한 공시생들’로 달렸다. 자칫 공시생들이 범죄자에게 공감하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다. 4월 12일자 명품업체의 한국여성 혐오 작품 전시에 대한 보도는 한국일보가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이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혐’의 문제로 들여다 보았고, 예술 분야 및 명품업계 마케팅 문제에까지 연결시킨 문제의식이 좋았다.

정리 정영오 여론독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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