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안전성 검사 없이 졸속 제조·판매 확인
사망자 14명을 포함해 27명의 피해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세퓨'가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정보를 활용해 아무런 근거 없이 졸속으로 제조된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세퓨를 만든 버터플라이이펙트 전 대표 오모씨는 2005년 감염예방 전문기업을 표방하며 '버터플라이이펙트'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당시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가습기 살균제를 회사 대표 상품으로 내세우기로 하고 준비에 들어갔다.
살균제 제조 등에 문외한이던 오 전 대표는 주로 인터넷 관련 사이트를 참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퓨'의 원료물질인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도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됐다고 한다. 제조 방법 역시 인터넷과 옥시 제품 용기에 표기된 성분을 참고했다.
PGH라는 살균제 원료는 오스트리아에서 처음 개발됐는데 당시 거의 유일하게 덴마크 케톡스사가 해당 물질을 함유한 살균제를 만들어 팔고 있었다.
PGH의 독성은 옥시 제품의 원료성분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보다 4배가량 높다.
하지만 PHMG와 달리 한 번에 다량을 마셔도 거의 무해하고 피부와 눈에 대한 자극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다만 흡입 독성 가능성은 전 세계 어디에도 실험된 기록이 없다.
그는 해당 성분이 가습기를 통해 공기 중에 분무 됐을 때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는 사실상 무시하고 이와 같은 원료 정보만으로 PHMG보다 훨씬 안전한 성분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원료수입업자 김모씨를 통해 케톡스에서 PGH를 대량 수입한 뒤 물과 PGH를 적당히 배합해 사실상 직접 '세퓨'를 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버터플라이이펙트는 직원 10명 남짓한 영세기업으로 제조·연구를 담당하는 전문인력도 없었다고 한다.
살균제 비전문가가 아무런 제지 없이 마치 가정에서 간단한 음식을 요리하듯이 인체에 치명적인 제품을 만들어 판 것이다.
이 제품은 2009년부터 폐손상 사망 사태가 불거진 2011년까지 3년여간 판매됐는데 강한 흡입독성 때문에 상당한 인명피해가 났다. 폐손상 사망 규모로만 보면 옥시(70명), 롯데마트(16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이들은 '인체에 무해하며 흡입시에도 안전', 'EU(유럽연합) 승인 안심살균물질 사용, 국제표준 안전성테스트 완료' 등 용기에 표기된 말만 믿고 제품을 쓴 무고한 소비자들이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28일 소환 조사에서 오 전 대표가 안전과 관련한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채 제품을 판매한 사실을 확인하고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날 옥시의 광고담당 직원 이모씨와 연구소 직원 김모씨 등 2명을 소환해 조사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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