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근처에는 메이저급 신문사가 여럿 있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우리 집으로 오다가 그 중 한 신문사의 화장실을 이용하고 온 친구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내일 O일보를 신고할 거야.” 그는 몸이 불편하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능력 있는 사람이다. 때로 지나치다 싶을 만큼 적극적으로 사는 그가 그 신문사의 공격적인 기사감이 된 거라고 생각되었다. 뜻밖에도 원인은 그가 이용하고 온 화장실에 있었다. 의무적인 건축 법규에 맞춰지었을 장애인 전용 화장실 안에는 너절한 물건들이 쌓여 있었는데, 그것이 자존심 강하고 세련된 그의 비위를 건드렸던 것. 그는 작심한 바 있어 찍어 온 사진을 내보이면서 다짐하듯 “날이 밝으면…” 하고 되뇌었다. 사진 속 신문사는 일반적인 언론사의 지향점에다 ‘큰 사랑’하나를 더 추구하고 있어서 사진을 보고 있자니 남의 치부를 들춰본 듯한 기분이 되었다. 그가 돌아간 뒤에도 사진 속 화장실이 자꾸 생각났다. 그곳에 너절한 물건을 쌓아둔 사람은 자신의 행동이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오히려 이용도가 낮은 장애인 화장실을 창고처럼 활용할 생각을 한 자신의 두뇌를 스스로 높이 평가했을지도 모른다. 단 한 사람의 실수로 생긴 일인 줄 알면서도 그 일 하나로 회사 전체의 이미지가 달라졌음을 느끼는 것은 대체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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