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ㆍ대북정책 등에 당론 벗어난 발언으로 파장
처음엔 ‘외연 확장’ 긍정적 시선
차차 불만 목소리…진땀 해명도
“외교ㆍ통일 영역 등 마이너스” 우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궤도 이탈 발언’에 대한 우려들이 당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김 대표가 입당 전 정해진 당론이나 당의 공식 입장에서 벗어난 의견을 계속 내면서다. 처음에는 중도 진영으로 외연 확장을 위해 긍정적으로 보던 당내 분위기도 조금씩 차가워지고 있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홍익표(서울 중ㆍ성동갑) 의원은 28일 기자와 통화에서 김 대표가 이틀 전 벳쇼 고로(別所浩郞) 주한 일본대사와 면담 자리에서 했던 “한일 양국의 위안부 문제 합의 내용의 이행 속도가 빨라야 한다”는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전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정기 수요집회에서 위안부 할머니들과 참석자들에게 공식 사과했던 홍 의원은 “민감한 외교 문제에 대해 개인 의견임을 밝히지도 않고 당 입장과 다른 내용을 일본 대사 앞에서 꺼낸 것 자체가 잘못됐다”며 “당론을 바꿀 생각이 있다면 의원총회 같은 공식 절차를 거치면 되는데 형식도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뒤늦게 박광온 대변인이 “위안부 협상 합의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존 당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네티즌들은 김 대표가 공식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것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홍 의원은 다음주 당선자 총회에서 공식적으로 문제 삼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김 대표 이탈 발언- 당 안팎의 반발-대변인 진땀 해명’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2월 김 대표는 “국방 태세를 튼튼히 유지하고 우리 경제가 더 도약적으로 발전하면 언젠가 북한 체제가 궤멸하고 통일의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을 확신한다”고 했고, 김성수 당시 대변인은 흡수 통일을 배제한 당의 대북 정책엔 변함없다고 해명했다. 같은 달 “북한이 핵을 갖지 않았던 시점의 ‘햇볕정책’은 유효한 대북정책이었지만 지금 대북정책은 진일보해야 한다”는 김 대표의 발언을 두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고치려 하는 것이냐는 반발이 일자 대변인실은 다시 “햇볕정책 포기가 아니라 보완 발전시켜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한 초선 당선자는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당의 룰과 절차를 무시하는 듯한 김 대표의 이탈 발언이 총선 이후 좋은 당 분위기를 깨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다른 재선 의원은 “김 대표가 경제 분야에서는 탁월한 정치적 감각으로 당에 큰 도움을 주지만 외교ㆍ국방, 노동ㆍ사회 등에서는 마이너스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혼자 고민하고 판단해서 실행에 옮기는 성향이 강하다 보니 종종 담당자들도 모른 채 (이탈 발언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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