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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메가시티 건설의 중심 ‘퉁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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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메가시티 건설의 중심 ‘퉁저우’

입력
2016.04.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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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벌판에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는 상상을 했지만 공사 현장은 한참을 헤맨 뒤에야 찾을 수 있었다. 베이징(北京)의 하위 행정단위 중 하나지만 면적이 906㎢로 서울의 1.5배나 되고, 게다가 톈진(天津)시ㆍ허베이(河北)성과 맞닿은 동쪽 끄트머리라 처음엔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의 행정기능이 옮겨가는 곳이라 ‘한국판 세종시’쯤 되겠거니 했지만 이 또한 한참 틀린 생각이었다. 내년 말이면 베이징의 행정기능을 품고 세계 최대의 메가시티로 도약할 징진지(京津冀, 베이징ㆍ톈진ㆍ허베이)의 중심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퉁저우 도심 입구에 위치한 베이징 부중심 선정 표식.
퉁저우 도심 입구에 위치한 베이징 부중심 선정 표식.

“이 곳이 新중심”… 기대감 충만

내년 말 베이징의 행정기능과 함께 각종 도시기능이 옮겨올 퉁저우(通州)구 외곽의 루청(潞城)에는 150㎢가 넘는 신도시 예정지역 곳곳마다 대규모 토목ㆍ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각 건설현장의 규모 자체가 방대해서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퉁저우구민들 사이에선 행정부(副)도심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 보였다. 지난 주말 운하공원 인근에서 만난 50대 회사원 위밍쥔(于銘軍)씨는 행정기관과 교육ㆍ의료ㆍ문화ㆍ상업시설 등이 함께 옮겨온다는 점을 들어 “이 곳이 새로운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등학생 딸을 둔 주부 왕옌(王燕)씨도 “좋은 학교와 병원이 오고 문화시설도 많이 생긴다니 기대가 크다”고 했다.

2020년께 완공될 퉁저우 신도시 조감도. 신문망
2020년께 완공될 퉁저우 신도시 조감도. 신문망

지역민들 입장에서는 행정부도심 개발에 따른 각종 혜택이 관심거리다. 무엇보다 교통망이 사방팔방으로 뚫린다. 이미 베이징 지하철 1호선이 이 곳까지 연장됐고 6호선이 뚫렸으며 2~3년 안에 최대 5개 노선이 더 생길 예정이다. 도심에 있는 대형 종합병원과 명문 학교들이 옮겨오기로 되어 있고, 도심운하핵심구를 중심으로 각종 문화ㆍ편의시설이 들어설 계획이다. 한마디로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이다.

실제 루청지역 건설현장에선 베이징의 새로운 중심임을 뜻하는 ‘신북경중심’(新北京中心)이란 문구를 쉽게 볼 수 있다. 한 쇼핑몰 건설 현장 관리인은 “베이징 도심에서 보면 퉁저우가 주변이지만 베이징과 톈진, 허베이를 묶어서 보면 맞는 말 아니냐”며 웃었다. 이 관리인도 퉁저우에 살고 있다고 했다.

베이징의 새로운 중심임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붙은 건설현장.
베이징의 새로운 중심임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붙은 건설현장.

계획ㆍ관리ㆍ통제로 효율성 극대화

퉁저우 신도시 건설은 2004년부터 준비돼 왔고, 2010년 대운하변에 대규모 위성도시가 건설됐다. 베이징 도심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발생한 각종 사회ㆍ환경문제 해소가 목적이었다. 하지만 당시엔 편의시설과 인프라 부족으로 사실상 베드타운에 머물렀다.

2014년 2월 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도시 부중심 건설 필요성을 언급한 뒤 퉁저우는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도심에서 25㎞ 거리이면서 대운하를 낀 교통의 요지이고, 톈진ㆍ허베이와 모두 경계선을 맞댄 유일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1년여의 준비 끝에 나온 청사진의 골자는 징진지 공동발전과 베이징 살빼기였다. 베이징의 비(非)수도 기능을 징진지의 중심에 위치한 퉁저우와 인근지역으로 분산하고, 이를 통해 베이징은 지난해 말 현재 2,015만명인 인구를 2020년까지 2,300만명으로 묶되 징진지는 1억명 규모의 새로운 경쟁력을 갖춘 세계 최대 메가시티로 키워내겠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계획ㆍ관리ㆍ통제로 효율성을 높이는 쪽을 택했다. 인구 유인효과가 큰 병원과 학교의 외곽 이전, 단기간 내 철도ㆍ도로망 건설 추진, 운하핵심지구와 상업중심ㆍ문화창의산업지구 등 용도별 구역 조정 등을 중앙정부와 베이징시가 공동 결정해 곧바로 실행에 옮기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진척 정도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루청 신도시 건설 현장에선 아직까지 터를 닦는 수준인 곳도 여럿이다. 이에 대해 다른 현장 관리인은 “건물 올라가는 건 금방”이라며 웃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퉁저우 신도시 건설현장 전경.
어마어마한 규모의 퉁저우 신도시 건설현장 전경.

수도권 京津冀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퉁저우 신도시 개발의 한 축인 징진지 공동발전은 산업구조 재편과 교통망 통합을 기반으로 한다. 베이징은 국가기능 중심도시로, 톈진은 선진 제조업과 전략산업 및 물류 클러스터 중심지로, 허베이는 수도권 내 전통산업 수용과 신형 공업화 기지 등으로 각각 방향을 잡았다. 베이징이 도시공간과 기능, 인구분포 등을 조정하고 나서면서 톈진ㆍ허베이도 지역 전체의 경제구조 조정과 공간 재배치에 동참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건 통합교통망 구축이다. 실질 생활권이 묶이지 않으면 세 지역간 유기적인 결합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베이징 도심을 중심으로 한 방사상 형태의 교통 네트워크는 다(多)중심 격자무늬형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특히 이카통(一?通ㆍ통합교통카드) 하나로 징진지 내 어디서든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해질 예정이고, 일부 지역에선 이미 시범실시가 시작됐다.

같은 차원에서 지난해 8월부터는 징진지 지역간 통화에 시내요금이 적용되고 있다. 베이징시정부가 허베이성 내 중소규모 도시의 양로원 설립을 지원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퉁저우와 인접한 허베이성 싼허(三河)시에 직장이 있는 루창푸(陸長賦)씨는 “출퇴근 시간이나 전화요금 등에서 확실히 이전보다는 나아졌다”고 말했다.

한참 건물이 올라가고 있는 퉁저우 신도시 문화창의지구.
한참 건물이 올라가고 있는 퉁저우 신도시 문화창의지구.

부동산 狂風ㆍ일방적 퇴거 등 부작용도

개발 호재의 이면에 짙은 그늘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부동산투기 열풍이 심각했고 그 후유증은 여전하다. 지난해 6월 행정부도심 개발 계획이 공론화한 뒤 퉁저우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행정당국은 같은 해 8월 중국 역사상 가장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은 3년 미만 거주자 주택 구매 제한 조치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이는 퉁저우와 인접한 허베이성 싼허시 옌자오(燕郊)의 집값을 한달 새 30% 가까이나 폭등시키는 풍선효과로 이어졌다. 월세를 감당하지 못한 많은 세입자와 자영업자가 떠나야 했고, 거액을 대출받은 일부 투자자들도 뒷감당을 못하고 있다. 둥(東)베이징역 앞에서 노점을 하는 궈셩칭(郭生淸)씨는 “작년 7월 집 주인이 바뀌자마자 월세를 한꺼번에 2배나 올려달라고 해서 결국 더 외진 곳으로 이사를 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퉁저우의 한 부동산회사에서 시민들에게 분양을 권유하는 모습.
퉁저우의 한 부동산회사에서 시민들에게 분양을 권유하는 모습.

퉁저우구정부가 향후 2년간 행정부도심 관할 범위 내 시장의 위치와 규모, 업종 등을 전면 재조정할 예정이어서 이 과정에서 혼란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행정당국은 퉁저우 내 95곳의 시장 가운데 49곳은 이미 퇴출시키기로 방침을 정했고, 나머지 46곳에 대해서도 일정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곧바로 폐쇄할 계획이다. 신도시 예정지에서 차로 10분 거리 외곽 마을에 있는 무허가 건물들도 올 하반기면 대부분 헐릴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크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올 하반기 철거가 예정된 퉁저우 신도시 개발지역 인근 마을.
올 하반기 철거가 예정된 퉁저우 신도시 개발지역 인근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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