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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어려운 건 당연… 이해할 때까지 기다려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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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어려운 건 당연… 이해할 때까지 기다려줘야”

입력
2016.04.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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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적 사고 필요한 중2 때 ‘수포자’ 속출

제대로 알 때까지 거듭 질문하고 시간 줘야

변별력 높인다며 쓸데없이 복잡한 문제 양산

“수학은 삶과 무관한 어려운 과목” 편견 키워

수학은 애초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

아이들에게 우리시대 문제 풀 사고력 길러줘야

윤상혁 한성여중 교사는 “문명이 발생한 곳엔 늘 수학이 함께 했다”며 “수학이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중요하게 기여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윤상혁 한성여중 교사는 “문명이 발생한 곳엔 늘 수학이 함께 했다”며 “수학이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중요하게 기여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수학은 어렵다. 이 사실로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수학 교육은 실패한다. 어렵지 않고 쉬운 것만 배워도 문제고 재밌게만 가르치려는 것도 문제가 된다. 대신 수학은 어렵지만 아름다운 학문이다.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찾고, 그 질서를 따라 최적화의 아름다움을 다시 공식으로 도출한다. 따라서 수학 교육에서는 ‘어렵지만 아름답고 재밌다’고 느끼고 경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들이 문제가 되고 있는 때에 ‘삶을 위한 수학 교육’을 강조하는 윤상혁 교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수포자 얘기가 2015년 교육과정 개정 때 (시민단체인)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중심으로 많이 나왔다. 수포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가 중학교 2학년이라고 했다. 이 때 수학은 ‘갑자기’ 어려워진다. 기하는 중1 때도 배우긴 하는데, 2학년 때 결정적으로 유클리드 기하학이 시작된다. 2009년 개정 교육과정부터 바뀌긴 했지만, 2007년 때까지는 2학년 2학기 기하는 먼저 ‘명제’를 배운다. 명제라는 것은 참과 거짓을 구분할 수 있는 문장인데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주어진 가정을 이용해서 결론을 도출해 내는 과정을 배운다. 그와 함께 도형에 대한 성질들, 삼각형이라든지 사각형이라든지 그런 것을 죽 배우는 과정을 거치는데 결과적으로 그 과정에서 수포자들이 양산된다. 이 때문에 2007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2009년 개정 교육과정으로 넘어가면서 증명이라는 말을 뺐다. 가정과 결론을 형식적으로 하는 것도 뺐지만 여전히 학생들에겐 큰 도전이다.”

수학교육 핵심은 질문과 기다림

이 시기에 수포자가 양산되는 이유는 이때부터 수학 특유의 추상적이고 기호학적인 사고를 본격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수학을 포기하는 시기는 이미 이 이전에 시작된다고 한다. 0과 음수를 배우면서 ‘정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다만 한국의 수학 교육은 계산을 하고 문제를 풀 수 있으면 ‘알고 있다’고 가정하고 넘어가기 때문에 이 시기에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라는 것이다.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이 계산과 문제 풀이로 넘어가다 본격적으로 추상적인 사고를 하고 개념을 이해해야 하면서 수학을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그것을 어렵게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한 거고, 교사 입장에선 학생들이 굉장히 어렵겠다는 점을 이해해줘야 한다. 추상화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학생마다 발달 정도가 다 다르고 이해하는 정도도 다르다. 따라서 그런 걸 도와주는 사람이 필요하고 그런 의미에서 협동학습도 필요하고 학생들 사이에 대화가 필요하고 교사와 학생의 대화도 필요하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확실한지를 혼자서만 생각해서는 알 수 없기 때문에 계속 얘기를 해서 수정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대화가 많이 필요한 시기가 중학교다. 특히 수학이다. 수학이 계속 아이들에게 질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질문하고 대답하는 과정 속에서 내가 정말 제대로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가 파악이 된다. 수학 교육의 핵심은 질문하고 기다려주는 것이다. 기다려주고 학생들이 파악할 시간을 줘야 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변별력 논리가 수학 이해 가로막아

수학 교육은 한국 교육이 가진 문제점을 압축적으로 가지고 있다. 모르는 것을 가르치면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두 번 가르쳐서 여전히 모르면 배우는 자의 태도와 의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르친다고 해서 모두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가르치는 자는 배우는 자가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하고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모르고 있는 것을 한 번에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알고 있는 것에서 출발해서 질문을 통해 그 다음 그 다음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밟아서 이해를 쌓아가며 가르치고 싶은 모르는 것에 닿게 해야 한다. 그래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질문이 있으면 그걸 찾아가는 과정에서 시간이 필요한 것인데, 한국 교육, 특히 수학교육에서 그 시간을 감당을 안 하려고 하고, 낭비라고 생각한다.

“수학이 양이 많아서 문제라고 말하는데 개념 자체를 중1부터 고2까지 배치된 것으론 그렇게 과하진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변별력이다. 변별력이 교육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하나의 개념을 배우면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문제를 내기보단 이해를 못하게 하려는 문제를 내는 것 같다. 너무 복잡하고 말도 안 되는 문제들이 양산된다. 맞추게 하려는 게 아니라 틀리게 하려 문제를 낸다. 변별력 하에서 파생되는 복잡하고 쓸데없는 문제들이 학생들이 개념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학생들이 수학은 삶과 상관이 없고 형식적이며 어렵다고 생각해서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윤상혁 교사가 진행하는 수학 수업 장면. “수학 교육은 지속적인 질문과 대답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윤 교사의 지론이다. 윤상혁씨 제공
윤상혁 교사가 진행하는 수학 수업 장면. “수학 교육은 지속적인 질문과 대답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윤 교사의 지론이다. 윤상혁씨 제공

특히 수학은 체계성이 강한 학문이다. 토대를 차근차근 쌓지 않으면 뒤에 나오는 것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비약이 거의 불가능한 학문이다. 이 때문에 수학은 차분함과 끈기를 요구한다. 이런 점에서 수학 교육은 단지 숫자와 문제 풀이를 배우는 게 아니라 세계를 대하는 태도를 배우는 과정이다. 주어진 세계를 그저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의 질서를 발견하고, 그 질서를 근거를 가지고 증명해 가는 태도다. 따라서 수학 교육을 넘어 교육에 대한 수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어렵지만 재밌는 것’으로서의 수학에 맛들이게 하는 것이지 쉽고 재밌게 하기 위한 ‘기교’를 궁리하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교육으로서의 수학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수학교육 얘기가 나오면 ‘학생들의 정의적 영역, 흥미, 활동 중심 수업’ ‘교사가 일제식 수업하지 말고 학생들의 활동 중심으로 해야 한다’ ‘경쟁이 아닌 협동 방식의 수업이 필요하다’ 등등 온갖 좋은 말이 다 나온다. 그대로만 되면 수학뿐 아니라 모든 교육이 다 좋아질 거다. 나는 모든 교사가 흥미에 대해 얘기하는데 뭐가 흥미로운 거냐, 활동 중심에 대해 말하는데 뭐가 활동 중심적인 거냐, 그걸 먼저 묻는다. 사람마다 활동 중심이라고 얘기하는 게 너무 다르고, 흥미라고 얘기하는 것도 너무 다르다. 그런 상태에선 얘기가 더 진행되기 어렵다. 흥미로운 것을 얘기하고, 활동 중심을 얘기하고, 경쟁보다 협력을 얘기하기 전에 먼저 흥미라는 게 무엇이고 활동이란 게 무엇이고, 협력이란 게 무엇인지를 먼저 깊이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수학적인 정신이다.”

수학은 의사소통의 기술

이런 점에서 윤 교사는 수학은 의사소통의 기술이며 민주주의의 기초라고 말한다. 사람들 사이에 똑같은 언어를 얘기하는데도 말이 안 통하고, 똑같은 단어이긴 한데 생각하는 바가 다르다. 이것을 하나하나 점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이런 것은 동의하지?’ ‘이건 너나 나나 생각이 똑같지’ 하면서 근거를 가지고 끈기 있게 ‘공통된 것’에 대한 논리를 쌓아 나가는 과정이 수학의 교육적 효과다. 공통된 것을 찾고 기초를 놓는 과정이 없이는 대화와 토론이 일어나기 힘들다. 수학은 이 정신을 가르치는 것이다.

“수학 자체가 삶을 위한 거였다. 이때 말하는 삶 또한 실용하고는 다른 것이다. 그리스 수학 말고도,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중국 등 문명에 발생한 곳에는 수학이 있어왔는데, 그것은 결국 당시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수학이 중요하게 기여를 했다는 의미다. 규칙을 찾고 그 규칙을 활용하여 자유를 누리는 게 수학을 하는 이유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 때 문제가 있었듯이 이 시대에도 고민이 있고 문제가 있다. 나는 과거 인간이 수학적 사고를 통해서 당시 시대의 문제를 해결했듯이 지금 우리 시대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도 반드시 수학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걸 어떻게 아이들이 배우는 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요즘 내가 말하는 삶을 위한 수학 교육이다.”

삶을 위한 수학 교육에 대해 물었을 때 윤 교사는 ‘삶’이라는 게 뭔지에 대해 먼저 서로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삶이라는 것을 너무나 당연시하고, 삶이란 것은 이런 것이라고 단정 짓고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있다며 그것이 지금의 교육이 삶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는 강력한 증거라고 말했다. 삶을 위한 교육이 무엇일까라는 고민 속에서 수학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삶을 위한 수학교육이라 이름 붙인 것이지, 실생활 위주의 수학교육이란 취지는 전혀 아니라고 강조했다. 교육에 대한 수학적 접근이 질문을 통해 서로 공통의 기반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걸 자신의 고민에서부터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공교육뿐만 아니라 대안교육 교사들까지 모두 머리를 맞대어 교육 과정을 고민하는 ‘삶을 위한 수학교육 연구회’를 올해 중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 문화학자

●윤상혁 교사는

1973년 서울 출생. 성균관대 수학교육과를 나와 1999년 교사로 임용됐다. 서울 한성여중 소속으로, 지난달 6개월 일정으로 서울대 과학교육연구소에 파견돼 수업 방법 개선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2009 교육과정 개정 땐 중학교 수학교과서 집필, 2015 교육과정 개정 때는 중학교 수학 교육과정 시안 연구에 참여했다. 단순한 문제풀이를 넘어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학적 사고능력을 길러주는 ‘삶을 위한 수학교육’을 지향한다. 지난해 편집위원을 맡고 있는 격월간 ‘오늘의 교육’의 기획연재를 통해 그 개념과 방법론을 제시했고, 공교육 및 대안학교 교사가 함께 참여하는 연구모임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수학교사협의회가 개발해 미국 주정부의 교과서 편찬 기준이 됐던 ‘학교수학을 위한 원리와 규준’을 본떠 ‘삶을 위한 수학 교육과정’을 정립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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