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로 잡힌 주식 팔아 해외 이체
조폭-펀드 매니저 짜고 신종사기
담보대출을 갈아타는 사이에 담보권이 일시적으로 풀리는 점을 노려 1분 사이에 수억원을 가로챈 신종 대출사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주식담보 대출금과 주식처분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사기)로 총책 최모(43)씨와 펀드매니저 김모(35)씨 등 8명을 구속하고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펀드매니저와 조직폭력배 등으로 이뤄진 이들은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아 생긴 부채를 다른 금융권의 대출로 갚는 ‘대환대출’ 제도의 허점을 이용했다. 최씨는 김씨와 김씨의 친척인 조직폭력배 김모(39)씨 등과 짜고 지난해 11월 일반인 2명의 증권계좌를 개설한 뒤 계좌당 1억5,000만원씩 총 3억원을 입금했다. 이 예수금을 담보로 제2금융권인 A은행에서 6억원도 대출 받았다.
최씨 일당은 대출금을 받은 후 일주일 만에 B대출중개모집업체에 대환대출을 신청했다. 대환대출이 이뤄지면 A은행이 가진 질권(채권자가 채무자의 담보물건을 유치하는 권리)이 B업체에게 넘어가게 된다.
문제는 중개업체가 돈을 대신 갚아주고 질권을 재설정할 때 고객과 직접 대면을 하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B업체는 종전 방식대로 신규 질권을 설정하면서 대환대출을 신청한 고객 컴퓨터에 원격으로 접속해 기존 질권을 말소한 뒤 신규 질권을 만들었다. 재설정 시간은 2분이 채 안 되는데 최씨 일당은 이 순간을 노렸다.
이들은 질권 설정 작업을 모니터로 지켜보다가 A은행의 질권이 말소되자마자 해당 은행에서 대출받은 6억원으로 산 주식을 모두 처분해 미리 만들어 놓은 해외계좌로 이체했다. 최씨 등은 이런 수법으로 3차례에 걸쳐 12억원을 마카오 현지 대포계좌로 빼돌렸다.
경찰 관계자는 “대환대출금의 담보권이 재설정될 때까지 돈을 인출할 수 없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유사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증권선물거래소 등 관계기관에 대책 마련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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