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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핑으로 다져진 한국 보디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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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핑으로 다져진 한국 보디빌딩?

입력
2016.04.28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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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보디빌딩 때문에 도핑 적발 건수 ‘톱10’에 드는 불명예를 안았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28일‘2014년 반도핑 연간 보고서’를 공개했다.

한국은 43건이 적발돼 전체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조직적인 금지약물 복용과 도핑 결과 은폐 시도 등으로 육상 선수 전원이 국제대회출전 금지 처분을 받은 러시아가 148건으로 1위였고 이탈리아(123건), 인도(96건)가 뒤를 이었다. 종목별로는 육상(248건), 보디빌딩(225건), 사이클(168건) 등의 순이었다. WADA는 보고서에서 “2014년 채취한 혈액ㆍ소변 샘플에서 109개국 83개 종목 1,693명이 양성 반응을 보였다. 이 중 1,462명의 금지약물 복용 사실을 확인했다. 남은 431명은 재검을 받거나 청문회 등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 보디빌딩의 적발 건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43건 중 80%에 해당하는 36건이었다. 수영을 포함한 수중 종목이 3건, 역도ㆍ레슬링ㆍ골프ㆍ장애인ㆍ양궁에서 1명씩 도핑 양성 반응이 나왔다.

보디빌딩은 종목 특성상 약물의 유혹이 많다. 작년 4월 경찰에 붙잡힌 스테로이드제 밀반입 유통 일당과 구매자의 상당수가 전ㆍ현직 보디빌딩 선수라 충격을 주기도 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전국체전 때만 되면 대규모 도핑 적발로 골머리를 앓았다. 2010년 보디빌딩 미스터&미즈코리아 선발대회에서 체급별 우승자 5명 등 7명의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에 따르면 한국의 도핑 적발 건수 중 보디빌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59%에서 2012년 59%, 2013년 56%, 2014년 84%, 2015년 80%로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수치상 도핑에 대한 개선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대한보디빌딩협회 오주옥 사무국장은 “다른 종목보다 훨씬 많은 도핑 검사를 하고 있다. 그래서 적발 건수도 많은 것이다”고 해명했다. KADA 관계자도 “협회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도핑 검사가 굉장히 많다”고 했다. 협회에 따르면 자체 도핑 검사 횟수는 2011 830건, 2012년 920건, 2013 672건, 2015년 400건(2014년 자료 없음)이다. 한 해에 많게는 900건 적게는 400건 정도 도핑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협회는 이 중 실제 얼마나 적발됐는지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오 국장은 “(적발 건수는) 매해 다르다. 꾸준히 늘거나 줄어드는 일정한 추세를 보이지 않는다”고만 했다. 협회의 자정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도핑 전문가는 “(도핑 검사 수가) 많아서 적발되는 건수도 많다는 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어쨌든 적발 비중이 줄어들어야 맞는 방향이다. 2011년 전국체전에서 도핑 적발이 제로였다. 그런 구조를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하고 쓴소리를 했다. 오 국장은 “2011~13년 전국체전은 한 건도 도핑 적발이 없다가 작년에 1건 나왔다. 전국체전은 평균 4차례 도핑 검사를 한다. 하지만 다른 대회는 전국체전처럼 진행할 여건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전국체전 외에 다른 대회는 검사의 허술함을 노린 선수들의 도핑이 만연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전국체전 같은 시스템을 구축해 도핑이 아예 발붙일 수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윤태석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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