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한국의 장년 세대가 영어 발음을 할 때 혀를 꼬부리며 입술에 힘을 주는 것을 볼 수 있다. 영어 발음은 혀 꼬부라진 발음이라는 옛날 이야기가 전해진 까닭인데 여기에는 영국과 미국에서 벌어졌던 역사적 배경이 있다.
미국의 독립 전쟁(1775-83)이후 일부 영국계가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본국에서는 이미 R음 생략이 많아져서 발음 전체가 딴 나라 영어처럼 들렸다고 한다. R 자음 하나의 생략이 별스러운 것이 아닌 것 같지만 lard, bard등에서 r음을 생략되듯 목청에서만 머물게 발음하면 이는 마치 이탈리아 사람들이 ‘아’발음을 길게 발음하는 것처럼 들린다. 이런 현상이 몇 십 년간 지속되면서 19세기 초 무렵 영국의 남부에서는 r음이 거의 사라졌고 그것이 곧 당시의 지식층 발음으로 인식되게 되었다.
가령 Car, star, park, yard 등의 단어는 r음의 생략 발성(postvocalic)이 하나의 표준이 되었다. 이후 그 영향이 미국에 전해지게 되면서 미국의 동부 NYC, Boston, Philadelphia와 남부의 Alexandria, Charleston, Savannah 도시의 상류층에서는 R음을 생략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영국에서도 여타 다른 지역에서는 여전히 R을 발성을 하고 있었고 미국에서도 대부분의 다른 도시와 지역에서는 R음 발성을 하게 되면서 이후 R음 발성과 생략이 영어 발음의 기준이 된 것이다. 미국에서 남북 전쟁이 발발했던 1860년대까지 이런 발음 차이는 계속되었다. 그러는 사이 대부분의 다른 지역에서는 영국의 엘리트 발음이나 r음 생략 발성과는 접촉이 적었고 미국 내에서 자수성가형 사업이 번창을 하면서 라디오와 TV에서도 이처럼 r음을 생략하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미국식 발음과 r발성을 옛날 방식 그대로 발음하는 것이 미국 발음의 기준’이 된 것이다. 다만 이런 차이점은 아직도 여전해 Boston 중심과 외곽 지역에서는 지금도 r발성을 생략하는 것이 전통과 특색으로 남아 있다. 미국 동부 지역과 남부 지역에서 R음 생략을 듣게 된다면 그 발음은 18, 19세기의 영국에서 벌어진 발음의 변화의 잔재로 해석하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영어가 국제화되면서 처음에는 종주국 영국식 영어와 미국식 영어의 차이가 등장했다. 그러나 이제 지구촌 시대의 영어에서는 나라별 발음 차이보다는 전 세계를 놓고 r발성과 r생략 발성의 차이로 Global English를 구별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R발음을 하는 곳은 대부분의 미국 지역과 캐나다 그리고 영국계 발음인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등이다. R음 생략 지역은 영국의 남서지역과 Lancashire 그리고 호주 뉴질랜드 그리고 미국의 남부와 동부 일부 해안 지역이다. R음 생략은 r을 하나의 모음으로 간주하는 방식인데 car의 경우 caa처럼 발음하는 것이 듣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분명해지는 기준이 된다. 특히 외국인 학습자로서 어느 발음을 하는 것이 더 유리한 것이냐는 문제는 ‘자신에게 편한 발음’이 우선이고 그 다음이 상대가 듣기 좋아하는 발성일 것이다. 다만 국제 환경과는 무관하게 한국인에게는 r 생략 발성이 더 쉽고 유리한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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