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루 가능성 58만명에 ‘사전 경고’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맛집으로 소개된 음식점 사장 A씨는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수십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A씨의 음식점은 손맛이 일품이란 입소문을 타고 한 해에만 수억원의 수입을 올렸지만 A씨가 국세청에 신고한 수입은 최저생계비(2015년 4인 가구 월 166만8,329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음식값을 현금으로 받으면서 수입을 숨긴 것이다. 빼돌린 수입은 가족 명의의 차명계좌로 들어가, 고급 아파트와 자동차를 사고 부동산 투자를 하는데 주로 사용됐다.
서울에서 치과의원을 운영하는 B씨는 임플란트, 미백 치료 등 비보험 치료를 받으러 온 손님들에게 할인을 미끼로 현금 결제를 유도해 수입을 숨겼다가 역시 세금 수십억원을 추징당했다. B씨 부인이 직접 행정실장으로 진료 차트를 조작하고, 차명계좌로 수입을 관리하는 용의주도함을 보였다. 국세청 관계자는 “숨긴 소득으로 부동산, 금에 투자하는 한편, 해외여행도 자주 다닌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전관 변호사 C씨는 사건 수임료와 성공보수를 숨겼다가 적발됐다. 전관답게 다른 변호사보다 비싼 수임료를 받아 한 해에만 수억원을 벌었지만, 직원과 직원 배우자 명의의 차명계좌에 숨겨놓고 신고를 하지 않았다. 소득이 드러날 것을 우려, 현금으로만 수임료를 받으면서 현금영수증도 발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지인 명의로 사업자 등록을 한 의류 도매상에서 벌어들인 돈을 별도의 사무실에 있는 비밀금고에 보관하고 있다가 들통이 난 사업자도 있었다.
국세청은 다음달 31일까지인 종합소득세 신고 납부 시한을 앞두고 28일 이 같은 지난해 탈세조사 사례들을 공개하면서 “올해도 탈루 가능성이 있는 개인사업자 58만명에게 사전 과세자료를 보냈다”고 밝혔다. 자료를 통해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미리 짚어줬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지만, 사실상의 ‘사전 경고장’을 보낸 셈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불성실 신고한 납세자는 세금 추징은 물론, 가산세도 낼 수 있다”며 “사전 안내 대상 58만명을 중심으로 철저한 사후검증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세환 국세청 개인납세국장은 “경기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납세자에겐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신고를 지원할 예정”이라며 “성실 신고가 최선의 절세라는 인식을 갖고 성실히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세종=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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