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중 여직원 노래방에 불러
신체접촉 혐의로 해임된 두 명
한 명 군수 캠프서 일한 뒤 의료원 채용
나머지는 군청 건물에 영업장 허가 특혜
여성단체, “도저히 납득 못해”퇴출 촉구
출장 중 동료 여직원을 노래방에 불러 성추행한 혐의로 퇴출된 전북 진안군청 전직 공무원들이 군이 출연한 공공의료기관에 채용되거나 군청 건물에 입주해 수익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 여성단체는 “진안군이 성추행범을 감싸고 슬그머니 일자리까지 만들어줬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27일 진안군에 따르면 성추행 혐의로 쫓겨난 진안군 퇴직공무원 A씨가 지난해 2월 진안군의료원 관리팀장에 채용돼 논란을 일으켰다. A씨는 지난 2009년 4월 8일 동료 직원 B씨와 함께 동향면사무소에 출장을 나가 근무 중이던 신입 여직원을 대낮에 노래방으로 불러내 신체접촉을 하는 등 성추행한 혐의로 같은 달 30일 직위해제를 당했다. 전북도는 같은 해 5월 29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이들을 해임 처분했다.
A씨와 같은 혐의로 퇴출된 B씨도 진안군이 운영하는 마이산관광정보센터 1층을 부인 명의로 임대 허가 받아 지난해 4월부터 영업장을 내고 수익사업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당시 피해 여직원은 진안군에서 근무할 수 없어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로 전출을 떠나는 이중고를 겪었다.
A씨는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이항로 진안군수 선거캠프에 가담해 핵심 운동원으로 활동했으며, B씨도 부인이 선거운동원으로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군청 안팎에서는 이 군수가 선거 당선 보은으로 이들 퇴출자들의 자리를 만들어준 것 아니냐는 시각이 팽배하다.
실제 진안군의료원은 진안군이 출연한 공공병원으로 군에서 의료원 직원 인건비와 운영비로 연간 수십억씩 지원하고, 의료원장까지 임명해 사실상 군수의 영향력 아래 있다. 이 군수는 A씨와 자신의 조카, 군청 직원 가족 등 측근들이 의료원에 취업하는데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관련자들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특히 마이산관광정보센터는 마이산관리사무소를 비롯해 전시홍보, 안내 등을 목적으로 신축했으나 수익사업을 위해 일반인이 입주한 것은 B씨가 유일하다.
여성단체는 이들을 퇴출시켜야 한다는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북여성단체연합 관계자는 “성추행으로 잘린 파렴치한 공무원들을 공공의료기관과 군청 관련 사업에 다시 끌어들이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이들의 채용과 건물 입주과정을 공개해고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진안군의료원과 진안군은 “이들이 성추행 혐의로 군에서 그만 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A씨는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채용됐고, B씨의 입주과정도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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