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측 “자율성, 평등권 침해… 공직 해당 부정청탁 조항 애매”
합헌 측 “영향력 커 규제 필요… 다른 민간영역으로 확대돼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은 9월 28일 시행에 앞서 헌법재판소라는 최종 관문을 거쳐야 한다. 지난해 3월 국회에서 통과된 김영란법은 언론인과 사립학교ㆍ유치원 관계자 등이 위헌을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재는 법 시행 전까지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헌법소원심판의 최대 쟁점은 ‘언론인과 사학인이 공직자와 동일하게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점이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목적을 밝히면서도 공직자와 공공기관에 사립학교법인 및 임직원, 언론사 및 임직원을 포함시키고 있다.
위헌을 주장하는 쪽은 김영란법이 언론의 자율성 및 사학의 자주성을 해치고 탄압의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고 본다.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언론인과 공직자의 공공성이 전혀 다름에도 졸속 입법으로 나란히 부정부패 척결 대상이 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가 예산이나 보조금을 지급받지도 않는 민간 영역을 처벌 대상으로 삼으면서, 금융ㆍ의료 등 여타 공공성이 강한 분야는 제외하고 언론과 사학만 포함시킨 것은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인ㆍ허가, 특허, 승인 및 공직자 채용ㆍ승진, 공공기관 주관 각종 포상 등 부정청탁이 개입되는 부분에 대해 김영란법이 열거한 15가지 조항은 사실상 공공기관 및 공직자에만 해당하는데도 이를 근거로 언론인과 사학인을 처벌하는 것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합헌을 주장하는 쪽은 전국민에게 큰 영향력을 가진 언론과 사학의 공공성을 고려할때 공직자에 준하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영란법의 소관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는 언론과 사학처럼 사회적 영향력이 강한 민간분야 종사자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것 자체가 잠재적 직무관련성을 띄고 있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법 시행으로 취재 및 교육 활동의 불편함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자유가 침해된다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증명된 적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민간 영역 중 언론과 사학만 포함된 부분에 대해서는 “언론ㆍ사학이 우선 적용된 것일 뿐 다른 민간 영역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정청탁의 개념이 애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판사의 해석과 상식으로도 충분히 기준을 세울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공직자가 경조사비ㆍ선물 등 금품을 수수했을 때 처벌의 예외가 되는 기준을 대통령령이 정하도록 한 부분도 논란거리다. 위헌을 주장하는 측은 “처벌과 관련한 구체적인 부분을 정하지 않고 통째로 위임하는 것은 포괄적 위임을 금지하는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합헌 측은 “기본 규정에서 1회 100만원, 연 300만원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령의 기준도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 밖에 배우자가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안 공직자가 소속기관장에게 신고토록 한 조항도 “헌법이 금하고 있는 연좌제에 해당한다”는 주장과 “배우자로만 한정해 처벌 가능성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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