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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날은 가고… ‘시든 꽃’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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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날은 가고… ‘시든 꽃’ 애널리스트

입력
2016.04.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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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불황에 날개 없는 추락

선망 대상서 구조조정 1순위로

최근 6년 간 3분의 1이나 줄어

AI 도입 확대, 향후 입지 흔들

연내 1000명 시대 무너질수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여의도의 한 중형 증권사 본점에서 애널리스트(조사분석 담당자)로 일하는 A씨는 요즘 격세지감을 느낀다. 대형사처럼 100명이 넘는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불과 몇 년 전까지 동료들로 북적였던 사무실이 업계 전반의 애널리스트 감소 추세와 함께 갈수록 한산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덩달아 A씨의 업무도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그는 “예전엔 정보기술(IT) 업종만 해도 반도체ㆍ디스플레이 등으로 담당이 세분화돼 있었는데, 지금은 철강 애널리스트가 기계 업종까지 챙겨야 하는 상황”이라며 “좀처럼 깊이 있는 보고서를 내놓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주식시장의 꽃’ ‘억대 연봉 전문직’으로 불리며 오랫동안 선망의 대상이었던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쇠락의 길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0년 이후 전체 애널리스트 수가 3분의 1이나 줄어든 데 이어 급기야 올해는 1,000명 아래로까지 떨어질 거란 전망이 높다. 증권사들의 영업실적 악화로 진작부터 ‘몸값 비싼’ 애널리스트가 정리 1순위에 오른데다, 업무환경마저 갈수록 악화돼 이런 추세는 쉽게 바뀌지 않을 거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57개 증권사에 소속된 애널리스트는 1,089명으로 2010년(1,492명)보다 27.4%나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증권업계 불황과 함께 줄어든 증권사 전체 임직원(4만2,935명→3만6,161명ㆍ15.8% 감소)보다 훨씬 빠른 속도. 심지어 57개 증권사 중 애널리스트가 아예 없는 회사도 6곳이나 된다.

1차적인 이유는 불황 속에 비용을 줄여서라도 살아남으려는 증권사의 생존전략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애널리스트 활동이 줄어든다고 해서 당장 증권사의 영업이익이 감소하진 않는다”며 “실적이 악화할수록 고비용 인력인 애널리스트를 가장 먼저 줄이려 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인수합병(M&A)된 증권사 간 중복분야 조정에서도 애널리스트가 우선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해고가 수월한 계약직이란 점도 애널리스트의 입지를 위협하는 요소다.

실제 올해는 미래에셋ㆍNH투자ㆍ대신ㆍ키움 등 국내 주요 증권사 9곳 중 7곳의 실적이 전년보다 3~17% 줄어들 것(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애널리스트 감소세는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황세운 실장은 “올해 안에 국내 애널리스트는 1,000명 이하가 될 것”이라며 “통계분석 분야에 인공지능(AI) 도입까지 확대되고 있어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전망대로라면 2007년 9월(1,043명) 처음 1,000명을 돌파한 지 9년 만에 ‘애널리스트 1,000명 시대’는 막을 내리게 된다.

동료들의 퇴장은 남은 이들의 업무량 증가로 이어진다. 2008년 애널리스트 한 명 당 월평균 5건이던 투자 보고서는 최근 7건으로 늘었다. 여기에 투자자들의 정보 접근성은 날로 좋아지는 반면, 미공개 정보 활용 등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로 애널리스트의 운신 폭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한편에선 매수 일색 보고서 등으로 애널리스트가 스스로의 위상 추락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년 반복되는 지적이지만 올해도 연초부터 이날까지 증권사가 낸 7,421개 보고서 중 매도의견은 0.01%(1건)에 그치고 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애널리스트와 리서치센터 축소는 금융 전반의 경쟁력을 유지하는데 굉장한 손실”이라며 “증권업계가 어렵지만 최근엔 채권이나 자산배분 등에서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고 있는 만큼 애널리스트들에겐 반전의 기회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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