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유니폼을 입은 투수 '형제'가 같은 경기에서 등판했다. KBO리그 역사상 첫 기록이다. 주인공은 롯데 박세웅(21)-kt 박세진(19) 형제다.
27일 수원구장에서는 열린 롯데-kt전은 시작 전부터 '투수 형제 맞대결 가능성'으로 관심을 모았다. 이날 롯데는 선발로 박세웅을 예고했다. kt는 전날(26일) 그의 동생 박세진을 올 시즌 처음 1군 엔트리에 등록했다. 박세웅과 박세진은 '유망주' 형제 투수다. 박세웅은 2014년 1차 지명으로 kt에 입단한 뒤 지난 시즌 중 트레이드로 롯데로 이적했다. 박세진은 형의 뒤를 이어 2016년 1차 지명으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조범현 kt 감독은 "재미있는 카드 아닌가"라며 투수 형제의 맞대결에 기대를 드러냈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투수 형제간 맞대결을 펼친 적은 없다. 롯데에서 함께 뛰었던 윤동배·형배 형제가 1994년 4월30일 인천 현대전부터 1996년 8월18일 사직 LG전까지 총 5차례 같은 날 등판한 기록은 있지만 상대팀으로 함께 마운드에 오른 경우는 없었다. 이제 막 프로에 들어선 박세웅-세진 형제가 그 첫 번째 기록을 썼다.
먼저 마운드에 오른 선발 박세웅은 동생 박세진이 지켜보는 앞에서 '롯데 차세대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였다. 박세웅은 최고 시속 149km를 찍으며 5⅓이닝 2피안타 3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kt 타선을 봉쇄했다. 4회 1사 만루에 몰렸지만 전민수(27)와 김종민(30)을 모두 범타 처리하면서 실점하지 않는 위기 관리 능력도 선보였다.

박세웅이 2-0으로 앞선 6회 1사 후 마운드를 내려갈 때까지 박세진이 등판하지 못하면서 형제간 맞대결은 무산됐다. 하지만 kt는 팀이 0-2로 뒤진 8회초 팀의 네 번째 투수로 박세진을 올렸다. 형제가 같은 경기에서, 다른 유니폼을 입고 등판하는 진기록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처음으로 1군 무대에 서는 박세진은 조금 긴장했다. 첫 타자 김문호(29)에게 좌전 안타를 내준 뒤 후속 아두치(31)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어 4번 타자 최준석(33)을 2루수 파울 플라이로 잡아내 힘겹게 1군 첫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뒤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형에 비해 부족한 '경험'이 드러났다.
투수 형제의 만남 속에 경기는 형 박세웅의 호투를 앞세운 롯데의 4-0 승리로 끝났다. 박세웅은 시즌 3승(1패) 째를 챙겼다. 박세웅은 "동생도 잘 던졌으면 좋았겠지만, 팀 승리가 우선이었다. 동생이 오늘은 잘 던지지 못한 것 같은데 다음에 잘 던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잠실에서는 SK가 두산을 꺾고 두산의 5연승을 저지했다. SK 선발 박종훈(25)은 6⅔이닝 4피안타 1볼넷 무실점 호투로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2위 SK는 시즌 성적 14승8패로 선두 두산(15승1무5패)과 격차를 2경기로 줄였다. 한편 삼성-LG(대구), 한화-KIA(대전), NC-넥센(창원) 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취소된 경기는 추후 재편성한다.
잠실=김지섭기자 onion@hankookibo.com 수원=김주희기자 juhee@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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