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선 주요 원인 바퀴 파임 현상
21% 655건 즉각 정비 않고 운행
잦은 고장 모터블록ㆍ냉각송풍기
해결책 없이 부품 교환만 반복
철도 안전 불감증 심각 지적
최대 시속 300㎞로 달리는 KTX 열차 바퀴에 흠집(파임 현상)이 났는데도 제대로 정비도 않은 채 최대 53일, 8만7,916㎞를 운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홈 파임 등 바퀴 결함은 KTX 탈선의 주요 원인으로 꼽혀, 철도안전 불감증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이 27일 공개한 ‘철도차량 및 시설물 안전관리 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KTX 열차 바퀴에 파임 현상을 발견하고서도 이를 제대로 정비하지 않은 채 운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레일은 지난 2014년 1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바퀴에 파임 현상이 나타난 3,027건 중 21.7%에 해당하는 655건이 즉각 정비를 하지 않은 채 최대 53일을 운행했다. 운행거리로는 최대 8만7,916㎞를 운행한 뒤 바퀴를 정비했다. 현행 유지보수 기준에는 홈 파임이 발견될 경우 ‘삭정’(둥글게 깎는 것)한 후 운행토록 돼 있다. 감사원은 “열차 바퀴 결함은 탈선의 주요 원인”이라며 “승객을 태우고 고속으로 운행하는 KTX차량의 차륜 결함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레일은 또 KTX의 잦은 고장과 관련해 근본적인 해결책은 마련하지 않은 채 문제가 된 부품 교환만 반복하는 땜질 처방만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열차 운행시 견인·제동 기능을 수행하는 KTX의 주요 부품인 ‘모터블록’은 2011년 이후 해마다 평균 170회 가량이나 작동이 정지됐다. KTX의 전원을 제어하는 ‘인버터’가 합선으로 자주 고장 나는 게 원인이었다. 코레일은 반복되는 고장의 해결책을 이미 알고 있었다. 지난 2012년 프랑스 철도차량전문가 주도로 진행된 연구를 통해 모터블록 제어기의 소프트웨어 변경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레일은 그동안 인버터 부품 등 하드웨어 교환만 반복하는 땜질식 처방만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KTX의 전동기 과열을 방지하는 냉각송풍기 역시 총 122대 가운데 절반인 60대가 적정 검사주기의 27% 밖에 못 채운 상태에서 잦은 파손으로 교체됐다. 그런데도 코레일은 신뢰성이 확인된 다른 제품을 구매하거나 검수주기를 단축해 예방 차원의 정비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고장이 나면 그때그때 부품만 교체해 왔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 밖에도 일반열차 탈선사고와 관련, 열차를 다른 궤도로 전환하기 위한 설비인 분기기 20개를 표본 점검한 결과 8개가 선로관리 기준 상 궤도 사이의 간격이 허용한도를 넘어섰는데도 최대 1년까지 방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일반열차 탈선사고 46건 중 28건이 분기기 구간에서 발생했다. 감사원은 코레일 측에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토록 통보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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