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사실상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공화당에서도 도널드 트럼프의 최종 후보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이에 따라 클린턴과 트럼프 진영 모두 본선에 대비, 벌써부터 상호 견제 등 신경전에 돌입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26일 펜실베니아, 메릴랜드 등 동부 5개주 경선에서 경쟁자인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에게 압승을 거뒀다. 로드아일랜드(대의원 33명)에서 1위를 내줬지만 총 462명 대의원이 걸린 이날 경선에서 가장 많은 210명이 배정된 펜실베니아(55.6% 득표율)에서 승리한 것을 비롯해 메릴랜드(63%ㆍ118명)와 코네티컷(52%ㆍ71명), 델라웨어(60%ㆍ31명)도 석권했다. 8년 전 첫 도전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고배를 마셨던 클린턴 전 장관은 사실상 민주당 대선 후보로 자리매김하며 ‘대권 재수’ 끝에 본선행 티켓을 가시권에 두게 됐다.
샌더스 진영은 경선완주를 거듭 밝히고 있으나, 대의원 확보(1,401명ㆍCNN집계)에서 클린턴(2,168명ㆍ슈퍼대의원 포함)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져 참모들마저 패배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정치분석가들은 샌더스가 그 동안 줄곧 주장했던 불평등 해소나 전국민 의료보험 도입 등의 메시지를 관철하기 위해 완주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했다.
공화당에서는 트럼프가 더욱 큰 격차로 5개주를 모두 휩쓸었다. 펜실베니아(57%), 메릴랜드(56%), 코네티컷(58%), 델라웨어(61%), 로드아일랜드(64%) 전역에서 과반수 이상의 득표율을 올려 2, 3위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와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을 따돌렸다.
트럼프는 이날 밤 스스로를 “공화당 최종 후보”라고 선언했다. 트럼프도 자력 본선 진출의 희망이 높아지긴 헀지만 대의원 과반(1,237명) 확보 여부는 아직 유동적이다. 이날 승리로 총 988명 대의원을 얻어냈지만, 과반에 필요한 249명을 추가하려면 인디애나(57명)와 캘리포니아(127명) 등 남은 10개 지역 경선에서 대승을 거둬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크루즈와 케이식이 ‘반(反) 트럼프 연대’를 선언한 5월3일 인디애나 경선에서 패할 경우에는 자력 본선 진출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거꾸로 인디애나에서 이긴다면, 본선에서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대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트럼프 대결 구도가 정립되면서 당장 이날 밤부터 양측의 비방전도 본격화하고 있다.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공화당은 미국을 기회의 나라로 만들지 못한다”고 공격했다. 트럼프도 “클린턴은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중국 같은 문제를 다룰 힘과 체력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또 “클린턴은 결함이 많은 후보다.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민주당 진영의 분열을 조장하려는 듯 샌더스 의원의 독자 출마를 부추기기도 했다.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샌더스도 민주당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그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제3의 후보로 대선에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당한 조언에 대해 샌더스 의원 부인(제인 샌더스)은 “우리는 판을 깨는 사람이 아니다. 공화당이 백악관을 장악하게 하지 않도록 하는 게 우리 목표”라며 단숨에 일축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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