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예지중ㆍ고 파행 사태가 심화하고 있다. 이미 박규선 교장 겸 이사장의 상식을 초월한 ‘갑질’로 연출된 막장 드라마가 도무지 ‘종영’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주인공은 여전히 박 교장이다. 학교 정상화를 위해 모든 직을 내려놓는다던 그는 되레 학생들을 업무 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는 모든 직을 내려놓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다. 교사에게 “나는 언젠가 돌아올 것이다. 기다리라”는 언행까지 서슴지않았다. 박 교장이 기자회견 때 흘린 눈물은 ‘악어의 눈물’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재단 이사진과 박 교장 가족들의 행태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사회의 가장 큰 책무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을 위한 견제와 정책 결정이다. 하지만 이사진은 박 교장의 횡포를 막지 못했다. 갑질이 이미 만천하에 드러났는데도 사실상 밀실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사회 운영과 결과에 대해 일체 알리지 않고, 박 교장에 대한 처분도 소극적이다. 박노귀 상임이사는 직분을 망각한 채 박 교장의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사직을 꿰찬 박 교장의 부인은 지난 2월 이사회 결과를 밝히지 않자 길을 막아선 학생들에게 “그렇게 싫으면 학교를 다니지 마라”는 막말까지 쏟아냈다. 박 교장의 아들은 교사들의 개인 정보를 무단 사용하는 등 일탈을 거듭했다. 때문에 시교육청으로부터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이사회는 ‘1개월 정직’이라는 솜방망이 처분에 그쳤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파행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권한이 없어 한계가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사태 해결의 중요한 열쇠가 될 예지재단 이사회 개편과 관련해서도 “현 일부 이사의 임기가 남아 있어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파행 해결을 위해선 하루가 급한데도 이사들의 임기를 끝까지 지켜야 한다 주장이다. 시교육청에 대한 불신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파행이 장기화하자 황인호 대전시의회 부의장이 시교육청을 질타하는 등 의회 차원의 사태 수습이 추진됐다. 시교육위원들은 최근 설동호 교육감을 면담해 합의사항 조속 이행과 박 교장의 아들 중징계 재심의 등 4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이행하지 않을 때는 교육청에서 학교 예산 지원을 중단하고, 대체시설을 확보하도록 주문했다. 하지만 설 교육감과 시교육청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시교육청의 이런 태도는 2010년 예지중ㆍ고 파행 당시와 많이 다르다. 전임 이사장의 문제로 파행사태가 빚어졌을 때 시교육청은 보조금 중단 등 적극적인 대처로 학교 정상화에 속도를 냈다. 예지중ㆍ고 졸업생들과 교사들은 이번 막장 드라마에 유독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시교육청을 그래서 더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막장 드라마를 찍는 동안 정상화추진위 강종귀 회장은 지병이 악화돼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맸다. 다행히 위기는 넘겼지만 병상에서 학교 정상화를 염원하고 있다. 건강에 이상이 생겨 수업에 지장을 받는 학생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예지재단 이사회는 여전히 학생이 아닌 그들의 기득권을 지키는데 골몰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이 막장드라마를 끝내야 한다. 더 이상 학교 현장에서 쓰러지는 학생들이 없도록 해야 한다. 예지중ㆍ고가 온전한 ‘만학도 교육의 산실’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시교육청의 책무이자 학생들에게 사죄하는 길이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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