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 “행사비 마련 상납 요구”
北 해외식당 22곳 영업 중단ㆍ폐업
무려 36년 만에 열리는 북한 노동당 최고기관인 당대회(7차)가 다음달 6일 평양에서 시작된다. 북한이 김일성ㆍ김정일 유훈 통치에서 벗어나 김정은 시대 개막을 본격 선포하는 자리로서, 경제노선 및 핵 독트린, 통일방안 등을 발표할 가능성이 커 북핵 정국이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북한은 당 대회를 앞두고 5차 핵실험 준비를 마친데다, 청와대 모형을 설치해 대규모 화력 시범을 준비하는 동향도 포착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27일 “당중앙위원회 정치국은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를 2016년 5월6일 혁명의 수도 평양에서 개회할 것을 결정한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당대회 소집을 결정한 후 지난달 시군별 대표자 선출 등의 절차를 밟아 이날 개회 일자를 확정 발표한 것이다. 북한은 구체적인 당 대회 일정을 밝히지 않았으나, 이병호 국정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평양 4ㆍ25 문화회관에서 3~4일간 진행될 예정”이라고 보고했다고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이 전했다.
당 대회는 당의 이념과 노선, 경제 및 통일 방안, 인사 등이 결정되는 노동당의 최고기관이지만, 1980년 10월 제6차 당대회 이후 김정일 시대에는 한번도 열리지 않았다. 유일 수령체제인 북한은 요식적인 의사결정 절차마저 무시해오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핵무기 개발 등 자신의 업적을 선전하고 체제 결속력을 높이기 위해 36년 만에 당대회를 소집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아울러 평양 외곽에 청와대 모형을 설치하고 이 모형을 겨냥한 대규모 화력시범을 준비하고 있는 정황도 포착됐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평양 외곽 대원리 화력 시범장에 화기 30여문이 집결해 있고, 실제 청와대 크기의 절반 정도 되는 모형도 설치돼 있다”며 “당대회를 앞두고 적개심을 주입해 내부 결속을 도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앞서 2월 23일 최고 사령부 중대 성명을 통해 1차 타격 대상으로 청와대를 지목했고 3월 23일에도 청와대 초토화를 언급하며 위협했다. 북한은 또 5차 핵실험 준비도 마친 것으로 파악돼 김정은의 결심만 남겨두고 있다.
북한이 김정은 권력 공고화를 위해 당 대회 준비를 밀어붙이고 있으나, 중국과 러시아 등 외국 대표단은 거의 참석하지 않고 마땅히 내세울 경제 성과도 없어 내부 행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이병호 국정원장은 “북한 당국이 당 대회를 위한 행사와 전시성 시설 비용 마련을 위해 당 간부에게 상납을 요구하고 주민들의 노동력을 차출해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그는 또 대북제재 여파로 “북한 해외식당 22곳이 영업을 중단하거나 폐업했다”며 “제재가 장기화할 경우 경제 및 대외활동에 심대한 차질을 초래해 체제 전반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국정원과 어버이연합의 연계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으며,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 귀순에 대해서는 “종업원 20명이 함께 하려고 했는데, 마지막 7명이 가족을 생각해서 빠졌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아울러 북한이 23일 발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대해 러시아 측 기술과 비슷해 러시아 정부와 무관하게 밀거래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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