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학 청탁 등을 미끼로 수험생 부모에게 수십억 원을 뜯어낸 명문대 법대 출신 30대 과외교사가 검거됐다.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2부(부장 정진기)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박모(38)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K대 법대 졸업생인 박씨는 2010년 5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자신이 가르치던 수험생의 대입 청탁 등의 명목으로 49차례에 걸쳐 모두 19억750만 원을 가로챈 혐의다.
박씨는 2010년 고등학교 3학년이던 A군의 과외교습을 하며 모 논술학원에 돈을 주면 그 학원과 연결된 대학교의 입학전형에 아들의 이름을 올릴 수 있다며 A군 부모를 꾀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슷한 수법을 써 다른 학부모에게 3,000만원을 가로챘다가 2014년 5월쯤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는 과정에서는 A군 부모에게 같은 혐의로 수사를 받을 수 있다고 겁을 줘 있지도 않은 ‘특별형사공탁금’을 뜯어내기도 했다.
박씨는 A군 부모가 돈의 사용처를 확인하려 들면 위조한 법무부 장관 명의의 사법시험 합격증서를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연기자를 동원, 현직 부장검사와 담당검사가 공탁금을 돌려주지 않는 것처럼 대화를 나누게 하고 이를 녹음해 피해자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박씨는 이렇게 가로챈 돈 대부분을 주식이나 선물옵션에 투자했다가 탕진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A군 부모는 보험을 해지하거나 전세금 담보대출 등을 받아 돈을 마련, 박씨에게 건넸다가 파산 위기에 몰린 상태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A군 어머니(49)로부터 고소장을 접수, 수사에 나서 박씨의 행각을 밝혀냈다.
검찰 관계자는 “박씨는 주임검사나 해당 검찰청 부장검사를 빙자해 일을 꾸미는 등 매우 지능적인 수법을 활용했다”며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공소유지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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