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해절승’ 변산엔 그 아름다움을 지키고 있는 사자가 있다. 마치 이집트 기자의 피라미드를 지키는 스핑크스처럼.
전북 부안의 지인이 사자바위를 보러 가자고 했을 때 의아해했다. 부안을 꽤 자주 드나들었는데도 사자바위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그 사자를 만나기 위해선 바다로 나가야 했다.
격포항에서 출발한 배는 채석강을 스쳤다. 수만권의 책을 쌓아놓은 것 같다는 검은 절벽. 채석강에서 바다를 감상한 적은 있어도 바다에서 채석강을 조망한 것은 이번이 처음. 우람한 채석강의 전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어 새로웠다.
작은 백사장을 스치면 또 다시 바다로 돌출한 언덕을 만나는 데 그 절벽의 이름이 적벽강이다. 채석강이 그렇듯 이 또한 강이 아니다. 송나라 소동파가 놀았다는 적벽강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곳이다. 파도가 깎아낸 붉은 해안단층의 절벽이다. 채석강과는 다른 분위기다.
이 적벽강이 바다에서 보면 영락없는 사자 모양이다. 사자가 앞발을 쭉 뻗은 채 엎드려 먼 곳을 응시하는 듯하다. 남쪽에서 바라보면 거친 숫사자의 느낌이다. 반면 북쪽에서 바라볼 때면 조금은 순해 보이는 암사자 같다.




적벽강 언덕 위에는 수성당이란 영험한 당집이 있다. 서해를 거닐며 풍랑에서 어부를 보호하는 여신인 개양할미를 모시는 곳. 부안 사람들은 “변산의 기운이 한 곳에 응집된, 보통 사람들도 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전국의 많은 무속인들이 그 기운을 받으러 찾아오는 곳이다. 수성당 초입엔 너른 유채꽃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부안=이성원기자 sungw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