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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적이 아닙니다” 주한미군에게 영어배우는 탈북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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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적이 아닙니다” 주한미군에게 영어배우는 탈북 학생들

입력
2016.04.2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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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마리아 오프(가운데) 사령관과 존 엘러비(오른쪽) 대위. 통일미래연대 홈페이지 캡처

용산 미군기지에서 근무하는 존 엘러비 대위는 1년 째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탈북 학생들을 직접 만나 영어를 가르지고 있다. 아직 몇몇 탈북자들은 엘러비 대위를 ‘아기를 잡아먹는 악마미군’으로 바라보지만, 대부분 학생은 ‘적’이라는 편견을 접고 이제 그를 친절한 영어 선생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 영어 수업을 계기로 서로 가까워진 주한 미군 선생님들과 탈북자 학생들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한국 땅을 밟기 전엔 자리를 함께하리라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미군 장병을 영어 선생님으로 만난 탈북 학생들의 사연이다. NYT에 따르면 엘러비 대위와 그의 동료 미군 장병들은 자원봉사를 위해 지난해부터 매주 토요일 2시간 동안 탈북자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과 통일미래연대가 마련한 주한미군의 탈북자 영어교실은 출발이 쉽지가 않았다. 한국에 정착한 지 여러 해가 지난 학생들이지만 쉽게 미국에 대한 적대감을 떨쳐낼 수가 없어서다. 탈북자 오모(23)씨는 “북한에 살면서 미국인은 우리의 적이라고 교육받았다”라며 “이러한 미군으로부터 영어를 배운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매우 두려웠다”고 말했다. 함께 수업을 듣는 김모(31)씨도 “선생님을 부를 때 ‘미국놈’이라는 말이 튀어나올 뻔해 당황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들의 낯선 감정은 오래 가지 않았다. 한국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선 되도록 빨리 영어를 습득하는 게 필요했고, 자원봉사에 나선 미군 장병들은 적지 않은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NYT는 “한국 사회에선 카페, 아메리카노 커피 등 영어 단어들이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라며 “탈북자들에겐 축구경기를 관람하기 위해서라도 낯선 영어를 이해해야 하는 한국의 현실이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고 전했다.

탈북자 영어수업은 미군 장병들에게도 여러모로 유익한 기회로 작용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엘러비 대위는 “영어를 가르치면서 북한 출신 학생들의 정서를 이해하는 것은 물론 일상에서 아무렇게나 쓰던 비속어 사용을 줄이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원준 인턴기자(고려대 정치외교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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