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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지 네가 그럴 수 있어?… ‘팝의 여제’ 비욘세의 울분

입력
2016.04.2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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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스타 비욘세. 비욘세 페이스북
팝스타 비욘세. 비욘세 페이스북

‘다시 바보 같은 일(불륜)을 저지르면, 넌 아내를 잃게 될 거야.’(If you try this shit again, You gon’ lose your wife.)

미국 출신 세계적인 팝스타 비욘세(35)의 신곡 ‘돈 허트 유어셀프’의 가사 마지막 부분이다. 그가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음원 사이트인 타이달에 첫 공개한 6집 ‘레모네이드’의 수록곡에는 불륜을 저지른 남성에 대한 원망과 분노 등이 곳곳에 서려 있다. 이를 두고 비욘세가 그의 남편이자 유명 래퍼인 제이 지의 불륜에 대한 심경을 털어놓은 게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하다. 제이 지가 한 디자이너와 외도를 해 제이 지와 비욘세가 파경을 앞두고 있다는 얘기가 지난 2014년부터 수 차례 언론을 통해 보도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비욘세는 새 앨범 1번 트랙인 ‘프레이 유 캐치 미’부터 ‘당신은 뭘 하고 있는 거야’라고 의문을 던지며 연인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뒤 곡으로 넘어갈수록 불륜에 대한 얘기는 구체화된다. ‘자정 넘어 들어올 때부터 뭔가 옳지 않다는 걸 느꼈어. 난 당신의 비밀을 감지했지’(2번 트랙 ‘홀드 업’)라 했다가 ‘오늘 난 그 밤에 반지를 받은 걸 후회해’(4번 트랙 ‘쏘리’)라며 갈등이 심화되는 식이다. 그러고는 ‘당신이 열 번 중 아홉 번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9번 트랙 ‘러브 드라웃’)라고 빈정대다 결국 ‘내가 당신을 얼마나 그리워했는데’(10번 트랙 ‘올 나이트’)라며 연인에 대한 얘기를 끝맺는다. 불륜에 빠진 연인에 대한 의심과 분노로 시작해 용서로 끝나는 여정처럼 들린다.

이런 비욘세의 새 앨범을 두고 타이달은 ‘자아성찰과 치유의 과정을 담은 프로젝트’라고 설명한다. ‘레모네이드’가 상처 받은 비욘세의 자서전 같이 들리는 이유다. 해외 언론도 이 앨범에 대해 ‘비욘세가 고통을 파내 ‘레모네이드’에 흐르게 했다’(뉴욕타임즈·25일) ‘비욘세가 ‘레모네이드’에 자신의 일기장을 열었다’(빌보드지·26일) 등의 리뷰 기사를 통해 ‘레모네이드’를 비욘세의 자전적인 음악 얘기로 해석했다. 비욘세는 새 앨범에 실린 12곡의 작사에 모두 참여했다. 불륜으로 상처 받은 여인의 얘기에 집중한 비욘세가 새 앨범 음원은 남편인 제이 지가 운영하는 음원사이트에 가장 먼저 독점 공개한 점이 흥미롭다.

비욘세가 새 앨범에서 사랑 얘기만 늘어놓은 건 아니다. 새 앨범의 또 다른 화두는 흑인 인권이다. 비욘세는 ‘프리덤’과 ‘포메이션’ 두 곡에서 흑인 여성으로서의 자의식을 강하게 드러내며 미국 사회에서 억눌린 흑인 인권의 자유를 부르짖는다. ‘포메이션’ 속 ‘최고의 복수는 네 돈’이란 표현이 백미다. 멋진 노래로 인종차별주의자의 지갑을 열게 해 돈을 버는 흑인 팝스타로서 강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6집 '레모네이드' 티저 영상 속 팝스타 비욘세의 모습.
6집 '레모네이드' 티저 영상 속 팝스타 비욘세의 모습.

타이달을 통해 직접 들어본 비욘세의 새 앨범은 실험적이다. 비욘세의 기존 히트곡 ‘싱글 레이디’나 ‘리슨’ 같이 대중적인 곡은 찾아 보기 어렵다. 전반적으로 곡의 분위기는 어둡고, 전자 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멜로디 위주의 리듬앤블루스(R&B)식 흑인 음악에 변화를 줬다. 수록곡 ‘데디 레슨스’에서 백인 가수들의 전유물인 컨트리풍 음악을 접목한 점도 눈에 띄는 변화다. 비욘세가 자신의 앨범에서 컨트리풍 음악을 시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가장 돋보이는 곡은 오르간의 아날로그 사운드에 강한 비트가 잘 버무러진 ‘프리덤’이다. ‘샌드 캐슬’은 단출한 피아노 반주에 호소력 짙은 비욘세의 노래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이다. 이번 앨범에는 래퍼 캔드릭 라마(‘프리덤’)와 R&B 가수 위켄드(‘6인치’)가 피처링으로 참여해 곡의 완성도에 힘을 보탰다.

비욘세는 새 앨범을 ‘비주얼 앨범’이란 콘셉트로 꾸려 음악 소비 방식의 변화도 모색했다. 비욘세는 ‘레모네이드’를 12곡의 음원과 함께 65분짜리 영화 같은 영상도 함께 서비스한다. 눈과 귀를 동시에 자극해 새 앨범에 대한 상상력을 키우려는 의도다.

비욘세의 새 앨범은 국내에선 내달이 돼야 풀린다. 비욘세가 새 앨범 깜짝 공개를 선호해, 미국에서 먼저 곡이 공개된 뒤에야 국내 음반 유통사 측에 해당 콘텐츠가 전달돼서다. 비욘세의 음반을 국내에 유통하는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관계자는 27일 한국일보에 “비욘세의 6집 음원은 내달 초에, 음반은 내달 중순께에 시장에 풀릴 것”이라고 귀띔했다. 비욘세의 6집 음원의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 제공 여부에 대해선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비욘세의 6집은 국내 음원사이트에서는 당분간 다운로드서비스만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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