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파나마 페이퍼’ 파문을 도리어 권력 강화의 계기로 삼는 모습이다. 집권 2기가 시작되는 내년 공산당대회를 통해 1인 지배체제를 완성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博迅)은 27일 중국 당국이 내년 제19차 당대회에서 각국 지도층의 재산 해외도피 의혹 문건인 파나마 페이퍼 연루 간부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줄 방침이라고 전했다. 배우자와 자녀가 역외회사 설립에 관련된 사실을 당에 구체적으로 보고하지 않았을 경우 승진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침에는 시 주석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보쉰은 분석했다. 감찰ㆍ사정 총괄기구인 공산당 기율검사위원회 왕치산(王岐山) 서기가 최근 시 주석의 지시로 파마나 페이퍼에 등장한 성부급(장차관급) 고위관료들의 연루 실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했고, 이를 보고받은 시 주석이 지난 18일 상하이(上海)에서 시범실시해온 고위관리 가족의 영리행위 제한 조치를 베이징(北京)ㆍ충칭(重慶)ㆍ광둥(廣東)성ㆍ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등지로 확대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는 시 주석이 파나마 페이퍼 논란을 정면돌파하면서 자신의 권력을 공고화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 주석은 본인을 포함한 전ㆍ현직 최고지도부 8명의 친인척 연루 의혹에는 “근거가 없다”고 공식대응함으로써 일단 부패청산의 명분을 유지했다. 곧이어 ‘상하이 모델’ 확대 적용과 문건 연루자 승진 배제 방침을 내놓은 것은 측근들의 전면배치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지난달 양회(兩會ㆍ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정치협상회의) 이후 일련의 인사에서 중용된 러우친젠(婁勤儉) 산시(陝西)성 당서기, 셰푸잔(謝伏瞻) 허난(河南)성 당서기, 자오페이(趙飛) 톈진(天津)시 부시장, 뤄칭위(羅淸宇) 산시(山西)성 부성장 등은 하나같이 친(親)시진핑 계열이다. 내년 당대회를 앞두고 앞으로 이어질 인사의 성격을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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