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벤투스 선수단/사진=구단 페이스북.
안드레아 피를로(37ㆍ뉴욕시티)와 카를로스 테베스(32ㆍ보카 주니어스), 아르투로 비달(29ㆍ바이에른 뮌헨)이 빠진 올 시즌 유벤투스는 비교하자면 1990년대 유벤투스에서 지네딘 지단(44)과 알렉산드로 델 피에로(42)를 뺀 모양새다. 그런 유벤투스가 리그 우승(현재 27승4무4패ㆍ승점 85)은 물론 2011~2012시즌부터 5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누구도 쉽게 예측하지 못한 결과다.
간판들이 사라진 유벤투스는 시즌 초반 성적을 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초반 10경기에선 3승3무4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유벤투스는 11라운드부터 내리 15경기를 이겼다. 최근 25경기 중 24승을 거뒀다. ESPN은 26일(한국시간) "지난해 10월 삼프도리아에 승리했을 때까지만 해도 12위였다"며 "이렇게 형편없는 출발을 보인 팀이 우승을 일궈낸 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전설' 잔루이지 부폰(38)을 축으로 중진급인 마리오 만주키치(30), 젊은 폴 포그바(23)와 파울로 디발라(23)가 뭉친 결과다. 이탈리아 스포츠지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에 따르면 부폰은 "놀라운 시즌을 보냈다는 건 기록이 보여준다"며 "생애 최고의 '스쿠데토(세리에A 우승컵)'였다"고 말했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49) 감독의 지도력과 리더십도 우승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그는 첼시행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행 등 자신을 둘러싼 이적설들을 즉각 일축하며 팀 분위기를 추슬렸다. 바이에른 뮌헨과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선 후반 막판 알바로 모라타(24)를 기용하는 용병술로 극적인 동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정석과 변칙을 조화롭게 쓰며 선수들에게도 신임을 받는 알레그리 감독의 리더십은 유벤투스 성공의 한 부분을 담당했다.
구단은 알레그리 감독을, 팬들은 유벤투스를 굳게 믿었다. 유벤투스는 2차례 5연패(1931~1935, 2011~2016년)를 포함, 통산 32회 리그 정상에 섰다. 하지만 우승이 확정된 날 팬들은 승부조작으로 박탈당한 두 차례 우승을 더한 숫자 '34'가 적힌 유니폼을 입고 환호했다.
유벤투스는 2006년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되며 우승컵 2개를 박탈당하고 2부 리그로 강등됐다. 당시 리그도, 유벤투스도 위상이 땅에 떨어졌다. 이른바 '칠공주 클럽(유벤투스, AC밀란, 인터밀란, AS로마, 라치오, 피오렌티나, 파르마)' 시대였던 1990년대만 해도 "세리에A 우승=UCL 우승'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리그에는 강팀들이 즐비했고, 호나우두(40), 지단, 파올로 말디니(48), 델 피에로, 파벨 네드베드(44), 에드가 다비즈(43), 알렉산드로 네스타(40), 후안 베론(41), 크리스티안 비에리(43), 프란체스코 토티(40ㆍAS로마)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도 포진해 있었다.
UEFA 리그 랭킹을 기준으로 세리에A는 프리메라리가(스페인ㆍ101.856점), 분데스리가(독일ㆍ79.606점), 프리미어리그(잉글랜드ㆍ75.284점)에 이어 세계 네 번째(70.439점) 리그다. 프리메라리가와 격차는 상당하지만, '올드 레이디(유벤투스 애칭)'의 완벽 귀환은 세리에A 부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유벤투스의 반전은 단순히 자본력이나 스타 선수들의 활약, 영입 등으로 이뤄진 게 아니다. 하나됨의 정신으로 일어선 '팀 올드 레이디'는 '어떠한 위기가 와도 뭉치면 극복할 수 있다'는 깨우침에 다시 한 번 방점을 찍었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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