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현은 유창한 영어와 깔끔한 진행으로 내한스타 전문MC가 됐다. 할리우드 스타의 내한 기자회견 한쪽에 매번 자리를 잡고 있다. 그동안 만난 스타들만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을 열 수 있을 정도로 화려하다. 로저 무어, 브레드 피트, 키아누 리브스, 양조위, 톰 크루즈, 니콜 키드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휴 잭맨, 윌 스미스, 잭 블랙, 탕웨이, '쿵푸팬더' 시리즈의 여인영, '색계'의 이안 감독 등 류시현을 만나지 않은 스타를 찾기 힘들 정도다. 류시현은 "언젠간 아카데미 시상식 중계도 해보고 싶다. 살아있는 한 기회가 있으니 더 열심히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영화계와 인연이 깊다.
"12년 째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식 사회를 보고 있다. 얼마 전에 종영한 영화 프로그램도 10여 년 넘게 했다. 둘 다 권해효 오빠랑 했는데 아무도 우리 사이를 의심하지 않는다. 내가 오빠의 개인정보까지 쥐고 있다. 사이가 틀어지면 많이 곤란할 거다(웃음)."
-독립영화제에서 만난 배우들이 이제는 대스타가 됐는데.
"부산국제영화제 때 남포동 근처에서 '용서 받지 못한 자'의 무명 배우와 신인 감독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게 바로 하정우와 윤종빈 감독이다. 지금은 어마어마한 스타가 됐다. 유연석은 '혜화동' 때 만났는데 멘트가 참 센스 있었다. 언젠가 잘 될 거라고 생각했다."
-신기한 인연이다.
"그래서 독립영화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시작부터 떼돈 버는 감독이나 배우는 없다. 초ㆍ중ㆍ고처럼 단계를 거쳐야 한다. 할리우드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유는 선댄스 영화제가 있기 때문이다. 선댄스에서 발굴된 사람들이 많다. 할리우드는 아무리 작은 나라의 감독이나 배우라도 잘 한다 싶으면 다 데려간다."
-국내 배우로는 이병헌이 있다.
"'지아이조'를 찍었을 때 봤다. 목소리도 좋고 굉장히 똑똑한 사람이었다. 외국에서 온 친구들과 배우들이랑 잘 어울리는 모습이 멋있더라.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국내외 많은 스타들과 만났는데, 공식석상에서 떨리지 않나.
"다행히 무대체질이라 덜 떤다. 초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부터 성당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내 달란트였던 것 같다. 스타들을 만나 긴장하는 것 보다 연차가 쌓이면서 기대에 부응하려는 생각에 긴장된다."
-엘리트 이미지라서 더욱 힘들겠다.
"정말 힘들다. 멘사 회원이라는 것에서 기대감을 갖곤 하는데 사실 생각보다 허당일 때가 더 많다. 퀴즈 프로그램 하나를 나가도 부담스럽다."
-다친 다리도 허당기 때문인가.
"여자들은 웬만해서 다치지 않는 곳인데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됐다. 수술을 보류하고 지켜보는 중이다. 야구, 수영, 자전거, 철인삼종경기 등 운동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부상을 입었다."
-다친 다리로 일도 열심히 한다.
"다리는 지난 1월 '쿵푸팬더3'의 잭 블랙과 여인영 감독이 왔을 때부터 다친 상태였다. '독수리 에디' 휴 잭맨, 테런 에저튼 내한 때도 조심조심 행사에 임했다."
-할리우드 스타들은 정말 잘 생겼나.
"헉! 했던 배우는 '007' 시리즈의 로저 무어다. 카리스마와 아우라에 놀랐다. '머니볼' 때 브래드 피트는 정말 신경을 하나도 안 쓴 '거렁뱅이 패션'을 하고 긴 머리를 풀어헤치며 나타났는데 그래도 멋있었다. '존윅'으로 내한했던 키아누 리브스는 조각 그 자체였다. '색계'의 양조위는 눈매가 정말 빨려 들어갈 것 같이 깊었다."
-휴 잭맨과는 굉장히 친근하게 인사하던데.
"내한 기자회견을 오래하니 여러 번 만나는 배우들이 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휴 잭맨, 윌 스미스, 브래드 피트는 두 세 번 이상 봤다. 윌 스미스는 특히 타고난 연예인이다. 어떤 질문이건 부드럽게 소화한다. 행사 끝나고 통역과 나까지 함께 불러 사진을 찍었다. 많은 사진기자들이 있었는데 아무도 온라인에 안 올려줬다. 어떻게 나왔는지 굉장히 궁금하다. 하하하."
-내한 스타 중 최고의 매너를 꼽자면.
"이안 감독이 '색계' 때문에 왔는데 정말 멋있었다. 보통 스타들은 누군가 가져다 주는걸 익숙해 하는데 이안 감독은 직접 움직였다. 관객들과의 대화도 얼마나 친절하게 대하는지 예정했던 시간보다 길어졌다. 당시 행사 관계자, 호텔 직원, 경호 업체, 홍보사까지 모두 입을 모아 감동받았다고 했다."
-후배들도 치고 올라오는데 본인만의 진행 노하우가 있나.
"요즘 에릭남이 잘 한다. 솔직한 느낌은 둥글둥글하게 모두 같이 잘 했으면 한다. 현장 기자회견은 방송과 달라서 흐름이 끊기지 않게 중요하다."
-영어도 유창하니 영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좋겠다.
"제안이 온다면 하고 싶다. 재미있을 것 같다. 영화 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항상 많다. 불러만 주시면 언제라도."
사진=류시현 제공
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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